일본은 5만원 올리는데 한국은 7천원?…관광재정 1조 적자 비상
뉴스1
2025.12.08 14:08
수정 : 2025.12.08 14:08기사원문
1997년 제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물가가 반영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정부가 출국세를 1만 원에서 7000원으로 낮춘 뒤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정이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사상 최대인 2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출국납부금을 인상하면 관광기금 재원이 풍성해져 관광인프라 확충 등에 활용할 수 있고, 이에 국민에게 이익이라는 주장도 있다.
28년 제자리였던 출국세…인하 이후 재정 악화 '가속'
9일 국회에 따르면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출국납부금을 공항 기준 2만 원으로 인상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에 위임된 부과 금액을 법률에 직접 명시해 △공항 2만 원 △항만 1000원으로 고정하도록 했다.
조계원 의원은 "출국세는 관광산업 기반 재원의 핵심"이라며 "도입 당시보다 낮아진 금액으로는 기금 기능이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출국납부금은 1997년 도입 당시 출국자 1인당 1만 원으로 책정된 뒤 27년 동안 금액이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물가는 100% 이상 상승했지만, 출국세는 제자리였다.
상황은 윤석열 정부의 두 차례 제도 조정으로 오히려 더 악화됐다. 2023년에는 면제 연령이 만 2세에서 만 6세 미만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만 12세 미만으로 다시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출국납부금이 '1만 원→7000원'으로 인하되면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금액이 후퇴했다.
그 결과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정은 빠르게 고갈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출국세 인하 이후 기금 수입은 연간 약 135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현 상태가 유지될 경우 2030년 기금 적자가 1조139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시기 부족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2조3800억 원의 상환이 2030년부터 시작되지만, 현재 구조로는 상환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현실화 필요"… 정치권·정부·업계 잇단 경고
업계는 이미 현장에서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경수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은 "출국세 인하 이후 전국 17개 시·도 관광협회 조사 결과, 지자체 관광예산이 평균 20% 줄었다"며 "축제·홍보·관광 인프라 사업이 중단되면서 지역경제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의견을 청취한 정치권은 출국세 현실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임오경 의원은 올해 7월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1만 원을 7000원으로 낮춘 뒤 기금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며 즉각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김교흥 국회 문체위원장도 "윤석열 정부가 7000원으로 낮춘 출국세는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며 "선진국 대부분은 2만~3만 원 수준인데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국세 정상화 필요성은 10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재확인됐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관광세 현실화가 필요하며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김대현 제2차관도 "출국세는 국민 부담 항목이지만 물가 상승률만 반영해도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며 "싱가포르 등 주요국 사례를 보면 2만 원 안팝이 합리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요국은 인상 경쟁… 한국만 역주행, 국제 기준과 격차 확대
해외 주요국의 흐름을 보면 한국의 출국납부금 체계가 국제 기준에서 얼마나 뒤처진가 더욱 명확해진다.
일본은 현재 1000엔(약 9000원)에 불과한 출국세를 최대 5000엔(약 4만 5000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광산업이 자동차 산업에 이어 두 번째 외화 획득원으로 자리 잡은 만큼, 관광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태국도 비슷한 흐름이다. 약 3만 1200원 수준의 출국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외국인 대상 입국세 도입까지 논의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약 7만 400원에 달하는 높은 수준의 출국세를 부과하며 항공·관광 인프라 확충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문체부 관계자는 "출국납부금 제도 도입 이후의 물가상승률, 출국세를 앞다퉈 인상하고 있다"며 "국제적 동향,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지불하는 출국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리의 출국납부금도 현실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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