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사대부가 만든 중국 지성의 흐름…'피터 볼의 중국 지성사 강의'

뉴시스       2025.12.08 15:37   수정 : 2025.12.08 15:37기사원문

[서울=뉴시스] 피터 볼의 중국 지성사 강의 (사진=너머북스 제공) 2025.12.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중국에는 송·원 시대 무주와 명·청 시대 금화에서 주희(朱熹, 1130~1200, 주자)의 학문에 헌신한 '금화 사선생(金華四先生: 하기·왕백·김이상·허겸)'이 있었다.

동시에 14세기 명나라 초기 정치가이자 유학자인 송렴(宋濂, 1310~1381)처럼 언어와 문학에 집중한 이들도 있었고, 12세기 남송 학자 진량(陳亮, 1143~1194)처럼 경세학에 집중한 이들도 있었다.

원나라 주진형(朱震亨, 1281~1358)은 주희의 '리(理)' 개념을 활용해 새로운 의학 이론을 발전시켰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같은 시기 다양한 학문이 공존하면서 때때로 서로 대립하기도 했다. 무주에서는 주희의 도학(道學)을 추종하는 이들이 문학을 중시하는 교사, 역사학자, 과거 시험 준비자들과 항상 경쟁 관계에 있었다.

중국 지성사의 거장인 피터 볼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7세기부터 17세기에 걸친 중국 지성의 지형을 국가와 지역으로 나눠 탐구해 왔다.

그는 신간 '피터 볼의 중국 지성사 강의'(너머북스)에서 12세기 신유학 확산부터 17세기 고증학 시작까지, 중국 남동부 절강성 무주에서 펼쳐진 신유학(도학), 문학, 박학이 각축했던 사대부(리터라티)의 학문의 경쟁사를 들여다본다.

특히 송·원·명 시기 '사의 학(學)'을 지성사와 사회사를 가로지르며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2세기 여진의 침략으로 북송에서 남송으로의 시대적 전환은 지역적 전환을 동반했다. 남송 후 특히 몽골 지배 시기를 지나면서 사대부의 존재 양상과 정체성은 '지역' 단위와 밀접하게 결합됐다.

저자가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지역적 전환'다.
송·원·명 시대 문학(고문), 도학, 박학, 고증학 모두 당시 권력자와 주류 학문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시작됐고, 무주 지역 사대부들 사이에서 발생했으며, 그들 스스로 이루어 낸 지적·도덕적·정치적·사회적 운동의 산물이었다.

이 책은 중국인물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무주의 친족과 사회적 연계에 대한 비교 정량 분석을 활용해 사대부들의 행동에서 나타난 실질적 변화를 보여준다.

저자는 12세기부터 17세기까지 한 지역에서 학문이 어떻게 공통된 과업으로 자리 잡았는지, 독특한 지역 정체성의 추구가 지역성을 통해 어떻게 전국적 영향력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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