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캠프'로 포교…대학가 파고든 사이비 종교 홍보물
뉴시스
2025.12.08 16:24
수정 : 2025.12.08 17:56기사원문
대학 내 홍보게시판 관리 사각지대 허가 도장 찍힌 채 버젓이 게시…학내 곳곳 포착 학교 홍보 시스템 ‘분절화’가 이단 포교의 틈
최근 서울 내 한 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에 이러한 글이 게시됐다. 게시자는 명상 프로그램을 홍보한다는 제목의 포스터를 사진을 올리면서 "다들 사이비인 건 아시겠지만 혹시 모르는 분도 있을까봐 공익 목적으로 공유한다"며 "이 전단지 때문에 학교 측이 정식 승인한 공지들이 가려져 피해를 본다"고도 했다.
지난 3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이화여대,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등을 둘러본 결과 명상캠프를 가장한 특정 이단 종교 행사의 홍보 포스터가 학내에서 확인됐다.
숭실대 교내에 홍보 포스터를 게시하려면 학생서비스팀 또는 단과대 학생회의 도장 날인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외부 단체가 홍보물을 붙이려 해도 절차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지 않은 이단·사이비의 포교 포스터가 게시판에 붙는 일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숭실대 관계자는 "교단에 소속된 교회 등의 정식 홍보물만 게시 허가를 하고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포스터의 경우 순찰을 돌며 주기적으로 제거하고 있다"면서 "현재 게시된 이단 포스터는 허가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불시에 붙이고 간 것으로 보인다. 추가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연세대도 최근 명상캠프를 빙자한 포교 게시물을 붙이겠다고 허가를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연세대는 기독교 사학이기 때문에 '명상', '수련' 등 종교적 색채가 있는 문구에 특히 주의한다"며 "해당 단체가 이단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승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복지처가 관리하지 않는 중앙도서관 홍보 게시판의 상황은 달랐다. 학생복지처에서 걸러낸 명상 캠프 포스터가 도서관 게시판에는 버젓이 허가 도장을 받은 채 붙어 있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게시판은 내부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한다"며 "무허가 게시물은 철거하지만 자체 기준에 따라 승인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교내 홍보물 승인 권한이 각 건물과 부서별로 분산돼 한쪽에서 막아도 다른 쪽을 뚫으면 게시가 가능한 것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후문 입구 쪽 홍보 게시판에 같은 명상 단체의 홍보물이 부착돼 있었다. 포스터 하단에는 학교 측의 게시 허가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반면 같은 학교 학생회관 게시판에서는 해당 포스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건물이나 관리 주체에 따라 게시물 승인 기준이 제각각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홍보물들이 겉보기에는 평범한 자기계발이나 심리 치유 프로그램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명상, 자기계발, 마음챙김 등 비종교적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 초기에 이단 여부를 매우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연세대 관계자는 "최근 명상을 전면에 내세워 이단 포교를 시도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후 종교·명상 관련 홍보물은 건물에서 승인 내주기 이전에 교목실로 이관하도록 지침을 바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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