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림 경매 역사 쓴 김환기 '130억' 작품, 경매에 나올까
뉴스1
2025.12.08 16:35
수정 : 2025.12.08 16:35기사원문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그림이 경매에 출품될지를 가르는 법원 조정이 이번 주에 열린다. 해당 작품은 최고 130억 원을 호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김 화백의 '무제 200호'의 처리 향방을 둘러싼 법원 조정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무제 200호'의 가치는 100~13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해당 가격대로 구매의향서를 제출한 고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화백의 1971년작 전면점화 '19-VI-71 #206'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029만 5000달러(약 151억 원, 수수료 제외 약 123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해당 작품은 2019년 홍콩 경매에서 약 153억 원(수수료 제외 약 132억 원)에 낙찰된 김 화백의 '우주'(05-IV-71 #200)에 이어 역대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액 2위를 기록했다.
'무제 200호' 역시 작품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난달 경매에 나왔던 전면점화와 유사한 낙찰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문제는 용인대학교가 작품에 대해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라는 점이다. 용인대는 '무제 200호'가 편입된 사모펀드에 2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65%로 참여했다.
벨에포크자산운용이 맡았던 해당 펀드는 올해 초 만기가 끝나 환매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펀드 내 수익물인 작품이 용인대의 가처분 신청에 묶이면서 펀드의 청산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펀드의 세금이 약 14억 원가량 미납되면서 작품이 서울시에 압류된 점 또한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림을 보유한 벨에포크자산운용은 세금 납부를 위해서라도 작품을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용인대는 '그림의 밸류에이션'을 사유로 매각을 거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에포크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림의 밸류가 문제라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 벨에포크도 그림을 비싸게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용인대 관계자는 "우리도 뭐 하나라도 좀 걸어놔야 되지 않겠나 싶어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벨에포크 측 주장에 대해선 "최대한 (매각)할 것이라고밖에 답을 못 드린다"며 "변호사를 통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용인대가 그림 매각을 거절하는 이유가 펀드에 투자했던 200억 원의 출처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00억 원은 본래 용인대가 대학 발전과 운영을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대학기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대 총동문회는 펀드 투자 당시 고(故) 이학 전 단호학원(용인대 학교법인) 이사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인 우학문화재단을 통해 대학 기금 200억 원을 담보로 벨에포크자산운용으로부터 85억 원을 차용, 용인대에 손해를 입혔다며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업무상배임) 혐의로 이 전 이사장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림을 매각해 65% 지분을 받게 될 경우 용인대의 손실은 100억 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현재 기준 약 307억 원 규모인 해당 펀드에서 그림을 매각하고 나면 200억 원을 투자했던 용인대의 손실은 최고 135억 원 수준으로 확정된다. 학교가 펀드에 무리하게 투자해 학교에 적립된 대학기금에 손해를 입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용인대와 벨에포크자산운용의 5차 법원 조정이 오는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용인대 측은 조정 기일과 관련해서도 "잘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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