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진실을 살게 하는, 우리를 연결하는 문학의 힘 믿어"…'2025 연세노벨위크'

파이낸셜뉴스       2025.12.08 19:33   수정 : 2025.12.08 18:55기사원문
국제백일장·심포지엄·전시·특강 등 5일간의 문학 프로그램 성료 비공개 행보 이어오던 한강, 메시지로 '기억과 연대'의 가치 전해

[파이낸셜뉴스] 연세대학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과거와 현재를 넘어 - 세계가 만나는 5일간의 문학축제'라는 슬로건 아래 '2025 연세노벨위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 기억과 연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강 문학이 던져온 시대적 질문과 인류 보편의 고민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한강 작가는 축하 메시지를 통해 문학의 힘에 대한 믿음을 전했다.

지난 1일 한강 전시 개막으로 시작된 이번 2025 연세노벨위크는 △동문 문인 특강 △제1회 연세국제백일장 시상식 △국제심포지엄 △학술강연회 △번역 컨퍼런스 등으로 구성됐으며, 국내·외 작가와 연구자, 청소년·청년, 일반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문학 축제로 진행됐다. 행사는 문학을 통해 개인과 사회, 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계의 문제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제1회 연세국제백일장 시상식 "다음 세대의 한강을 찾아서 - Next Voices"
지난 4일 오전,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는 '제1회 연세국제백일장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백일장은 한강이 제기해 온 문제의식을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 각자의 언어로 성찰과 소통을 시도할 수 있도록 마련된 창작 무대였다.

대회는 전 세계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에세이·북리뷰·숏폼 영상 등 세 부문에서 공모를 진행했으며, 총 2000여만원 규모의 상금이 수여됐다. 국내·국외 부문은 각각 별도로 심사했고, 해외 거주 참가자를 위해 시상식은 온라인으로도 중계됐다.

전 세계에서 800여편이 접수된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3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서홍원 심사위원장(연세대 영문과 교수)은 "특히 국외부문 출품작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세계에서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세 부문 통합 대상은 콜롬비아 국적의 타니아 발렌티나 비야미사르 베세라가 수상했다. 다양한 국적과 세대의 수상자들이 함께한 시상식은 문학을 통한 국제적 연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이 됐다. 윤동섭 총장은 "백일장이 전 세계 청년들이 인류 공동의 역사와 미래를 고민하는 의미 있는 국제교류의 장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수상자들의 문학적 도전과 성취를 격려했다.

국제심포지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 기억과 연대"
같은 날 오후엔 한강 문학의 세계를 국제적 맥락에서 조명하는 국제심포지엄도 개최됐다. 세계적 문학상 수상 작가들이 연사로 참여한 이번 행사는 문학이 기억과 상처,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현재의 언어로 변환하며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가는지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연사로는 카멜 다우드, 나야 마리 아이트, 찬 와이가 참여했으며, 세 연사는 각자의 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기억이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남기는 흔적을 성찰하고, 상실과 트라우마의 경험이 문학을 통해 치유와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논의했다. 또 언어와 역사, 정체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문학이 국경과 세대를 넘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응답하는 통로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기억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사유와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연 후에는 주일선 연세대 독어독문과 교수의 사회로 라운드테이블이 이어졌고, 문학이 공동의 질문을 매개로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연결하는 역할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윤동섭 총장은 환영사에서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뜻깊은 사건이었다"며 "연세대는 그 의미가 다음 세대에게 더욱 깊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자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라며 "서로 다른 언어와 경험을 지닌 작가들이 함께하는 오늘의 만남이 기억과 연대의 의미를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퍼스로 이어진 문학의 울림
2025 연세노벨위크 기간 동안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의 의미를 확장하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캠퍼스 곳곳에서 진행됐다.

윤동주기념관에서는 한강의 연세대 재학 시절 기록과 문학 세계 형성 과정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으며, 윤동주 문학동산에는 '저녁의 소묘 5'와 '여름날은 간다'를 새긴 동판이 설치되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강 문학을 만나는 공간이 마련됐다.

지난 3일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 '연세 문인 특강'에는 정보라, 김유담, 정기현 등 연세 출신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각자의 창작 경험을 바탕으로 연세 문학의 역사와 동시대적 의미를 조망했으며, 이후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청중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5일에는 '윤동주 평전' 영역본 출판을 기념하는 학술강연회가 개최됐다.

2025 연세노벨위크, 문학으로 세대와 세계를 잇다
연세대학교는 올해 2025 연세노벨위크를 통해 한강 문학이 던진 질문을 다음 세대와 세계로 확장하며, 문학을 통한 기억과 연대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오는 11일에는 한강의 문학 세계를 중심으로 한 학술 및 번역 콘퍼런스가 예정돼 있다. 연세대는 앞으로도 문학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인문학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노벨위크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강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연세대에 남겼다.

고백하자면
저에게 작가로서의 정체성보다 더 강한 것은 문학 독자로서의 정체성입니다.

문학이 가진 힘에 저는 놀라곤 합니다.


표면 아래로 뚫고 들어가는 힘,

진실을 만나고 그걸 살게 하는 힘,

우리를 연결하는 힘— 오래되었으나 늙지 않는 그 힘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문학을 통해 연결되어 계신 여러분들께 따뜻한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5. 12. 04. 한강 드림.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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