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있는데"…'소년범 인정·은퇴' 조진웅 사건, 진영 대결로 비화

뉴스1       2025.12.08 17:44   수정 : 2025.12.08 17:45기사원문

배우 조진웅 씨. 2025.1.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30여 년 전 소년범이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6일 전격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일각에선 조진웅의 은퇴 선언이 아쉽다는 취지의 반응과 함께 소년범의 과거 책임 범위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관련 법안 발의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예인 범죄 전력 사안이 정치권의 진영 간 대결 소재로 발화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유사한 모습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치권 공방에 관련 입법 예고까지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디스패치는 지난 5일 제보자를 인용해 조진웅이 고등학생 시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강도·강간(1994년 기준)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 생활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진웅이 성인이 된 뒤 무명 배우 시절에도 극단 단원을 구타해 폭행 혐의로 벌금형 처분을 받았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찍을 땐 음주 운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한 적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의혹을 인정한 조진웅은 지난 6일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관련 보도 이후 네티즌 사이에선 조 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일각에선 소년법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여론의 지적과 조 씨의 은퇴 선언이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더욱 극명한 반응이 나왔다. 우선 여권에선 조 씨의 복귀를 기대하는 반응까지 나왔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대중에게 이미지화된 그의 현재는 잊혀진 기억과는 추후도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조진웅 배우 돌아오라'는 내용의 송경용 대한성공회 신부의 글과 '생매장 시도에 활동 중단은 잘못된 해결책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글을 공유하며 "청소년 시절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고 밝혔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 씨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모든 선택은 가역적"이라면서 "팬인 저는 시그널2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것이 감쌀 일인가"라는 지도부 차원의 비판 발언과 함께 관련 입법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주진우 국힘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진웅은 가명을 쓰고 범죄 전과를 감추며 온갖 정의로운 척 위선으로 지금의 지위를 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맨다"며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나경원 국힘 의원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공직자,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소년기 흉악 범죄 전력을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자 소년기 흉악 범죄 조회·공개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소년법의 취지인 교화와 재사회화를 존중하면서도 국가 최고위 공직과 최고 영예만큼은 국민 앞에 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며 "살인, 강도, 성폭력 등 흉악범에 대해서까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영구 사각지대를 남겨두는 것은 공정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친여권 활동, 진영 이슈로 해석"…'피해자 도외시' 지적도

전문가들은 정치권 및 진영 갈등 양상에 대해 조진웅이 배우로서 연기 활동만 해온 것이 아니라 민주당 집권기에 다양하게 활동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형사 및 독립투사로 등장했던 조진웅은 문재인정부 당시인 지난 2021년 8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당시 국민 특사로 참여했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열린 올해 제80회 광복절 경축식에선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대표 낭독한 바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배우로서 역할만 하고 정치권 이슈에 침묵했으면 이런 일(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는)이 없었을 것"이라며 "과거 개인에 대한 평가 기준을 넘어 진영 관점으로 해석하고, 조진웅에 대한 자격론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영적 소재의 발화로 전이가 돼 더욱 심각해진 것인데,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보인 연예인들에 대해 앞으로 본인 일탈을 두고 정치적 이슈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예인 관련 이슈는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이를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정치인들로선 조진웅의 이슈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있는 등 다양한 목표를 위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슈에 자기 정치를 위해 끼어드는 것"이라며 "여당의 입장에선 현재 다양한 이슈가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방어하기 위해 이런 이슈가 터지면 좋을 것이고, 야당 입장에선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레임을 씌우기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진웅을 둘러싼 사안이 과거 범죄로 인한 것인 만큼 정치적 이슈로만 비화시키기 보단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호한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있다고 가정해야만 한다"며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영에 따라 사안을 다르게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사안과 같이 피해자의 인권을 도외시하고 (진영 논리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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