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도 다른 생의 이름으로… 굿네이버스 추모기부 확산
파이낸셜뉴스
2025.12.08 18:32
수정 : 2025.12.08 18:31기사원문
'리멤버 굿네이버스' 캠페인 주목
故김수미 유족 최근 기부금 전달
생전 일기를 책으로 엮어서 출간
인세 수익금 전액 이웃에게 나눠
아프리카 교육에 힘쓴 딸 기리며
현지에 학교 설립한 사연도 눈길
이날 전달된 기부금은 김씨의 생전 일기를 엮어 출간한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의 인세 수익금 전액으로 마련됐다.
현재 굿네이버스는 국내 위기가정 아동 대상으로 장학금과 생계비를 지원하는 '고 김수미 장학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추모 기부, 새로운 기부 문화 정착
8일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추모 기부가 고인의 이름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는 새로운 기부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겨진 가족이 고인을 기리는 마음을 기부를 통해 확장, 소외된 이웃과 미래 세대 삶을 밝히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추모 기부는 단순한 기부가 아닌 고인이 살아온 삶의 가치를 다음 세대로 잇는 의미 있는 나눔으로 주목받으며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재산이나 조의금, 유산의 일부 등 소액으로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며, 이런 접근성 덕분에 다른 유산 기부 방식보다 참여 장벽이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굿네이버스는 지난해부터 추모 기부 활성화를 위해 '리멤버, 굿네이버스(Remember, Good Neighbor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며 고인의 이름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조의금이나 유산 일부 등 소액으로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후원금은 굿네이버스 국내와 해외 사업장을 통해 소외된 아동과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고인의 꿈, 유족이 이루다
윤영순씨(79)는 아프리카 교육사업에 헌신한 딸 고 나현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 기부를 실천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근무했던 나현씨는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을 오가며 교육지원사업에 힘써오다 지난 2013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윤씨는 누구보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교육에 큰 관심을 쏟았던 딸의 뜻을 이어가고자, 여러 단체를 고민한 끝에 그 뜻을 가장 온전히 실천할 수 있는 기관으로 굿네이버스에 기부를 결정했다.
사업은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도 대표 빈곤 지역인 단도라(Dandora)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단도라는 대형 쓰레기 매립지 주변에 약 30만명이 밀집해 거주하는 곳으로 주민 절반 이상이 빈곤층에 속한다.
단도라 지역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진행된 사업은 지난 2017년 나현씨의 이름을 딴 '마마 나현스쿨'의 개교로 결실을 맺었다. 약 7억2000만원을 들여 신축된 4층 건물에는 현재 156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또 한모씨는 아내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지난 9월 추모기부금을 굿네이버스에 전달했다. 살아생전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자주 말한 아내는 지난 2021년 코로나 시기 췌장암 판정을 받은 뒤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한씨는 조선업 현장에서 큰 부상을 입어 오랜 기간 거동이 불편했지만, 아내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사망보험금을 모아 굿네이버스에 기부를 결심한 것이다.
전달된 후원금 3200만원은 아프리카 니제르의 통디가메이(Tondigamey) 지역에서 진행 중인 식수위생지원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이번 지원을 통해 지역 주민 6322명과 아동 506명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지역사회에서는 식수 펌프 설치와 우물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굿네이버스 유산기부자 62명 등재
지난 2019년부터 활발히 진행되는 유산 기부자 모임 굿네이버스 '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은 현재까지 총 62명의 회원이 등재됐다. 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을 통해 기부자별 요청에 맞춰, 기부금 사용처를 직접 논의하고 기부 목적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은 약정서·유언장 작성부터 유언 집행, 사업 결과 보고까지 유산 기부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안내한다. 투명하고 전문적인 유산기부 집행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법무법인 신우, 하나은행 등과 협력해 기부자에게 법률·세무 상담을 제공한다. 이런 지원은 기부자가 법률적·세무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산 기부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
현대중 굿네이버스 대외협력실장은 "제도적 지원이 확대될수록 취약계층과 지역사회에 닿는 나눔의 규모도 커지고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굿네이버스는 유산 기부를 결심한 후원자의 뜻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투명한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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