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젠슨 "AI가 못 넘을 벽…경영은 결국 '치맥 회동' 같은 인간적 연결로 굴러가"
파이낸셜뉴스
2025.12.10 05:01
수정 : 2025.12.10 08:09기사원문
"AI, 계층 지우지 못해…인간은 여전히 '지위' 좇을 것"
마이클 젠슨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8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AI와 비즈니스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된 제4회 YVIP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인간의 지위와 인정 욕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강연에서 젠슨 교수는 먼저 'AGI(범용 인공지능)' 논쟁을 짚었다. 그는 "AGI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인지 작업을 사람 없이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예측에 앞서, 인간의 행동 원리를 이해하지 않은 채 기술만으로 미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젠슨 교수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초기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의 발언을 언급하며,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되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지위와 인정, 영향력을 갈망할 것이라는 점이 산업 변화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위의 본질을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에게 기대와 권한을 부여하는 위치"라고 규정했다. 교수·학생, CEO·임원·직원처럼 거의 모든 공동체가 이런 위계를 기반으로 움직이며, 이는 인간만의 현상이 아니라 수천종의 동물에게서도 관찰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누구를 모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체계가 지위이고, 이 같은 지위가 사라지면 집단 발전도 멈춘다는 설명이었다.
젠슨 교수는 AI가 조직 내부에서 수행하는 역할도 결국 이 틀 안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하위권' 인간을 대체할 수 있지만, '상위권' 인간인 최고 의사결정자의 역할은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인간만이 '왜(why)'와 동기·책임·대외 관계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조강연 말미에 경영의 미래를 설명하며 "결국 치킨과 맥주 같은 것"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젠슨 교수는 최근 화제를 모은 이른바 '10월 30일 깐부치킨 회동(이재용·정의선·젠슨 황)'을 언급하며 "세계적 기술 리더들도 결국 서로 마주 앉아 식사하고 대화하며 관계를 형성한다. 경영은 결국 인간적 교류 위에서 돌아간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AI가 낮은 지위의 인력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커리어 초기 인력들이 성장 기회를 잃고, 장기적으로는 유능한 노동력 자체가 고갈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젠슨 교수는 "일부 직무가 실제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최근 테크 기업의 광범위한 감원 상당수는 AI가 사람을 대체해서가 아니라, AI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한 인건비 조정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젠슨 교수는 "만약 젊은 세대가 사회적 학습 기회를 잃는다면, 그것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 도입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에게 세금을 통해 재정적 부담을 지우고, 정부가 젊은 노동자들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변화가 있을 때마다 실직자나 저숙련 인력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지원해온 덴마크의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미국은 이 같은 지원을 하는 것에 있어서 매우 서툴렀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을 묻는 질문엔 "지금 같은 기술 전환기에는 오히려 신생 조직이 훨씬 유리하다"고 답했다. 기존 조직은 오랜 관행 때문에 전환 비용이 매우 큰 반면, 스타트업은 역사적 관성이 적어 실험하고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은 대체로 젊은 조직이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질문에선 "로봇이 파인다이닝의 인간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재밌는 논쟁도 제기됐다. 이에 젠슨 교수는 "패스트푸드와 달리 파인다이닝은 단순 기능적 서비스가 아니라 '내가 중요한 손님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상징적 상호작용이 핵심"이라며,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는 샘 올트먼 CEO의 발언을 빌려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부연했다.
이후 이어진 다자 토론에선 AI 시대의 교육 문제로도 논의가 더욱 확장됐다. 젠슨 교수는 "AI로 지식 접근 비용이 낮아지고 있지만, 전통적 의미의 전문성과 깊이 있는 사고 능력은 AI 활용에 있어서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교육에서 노트북·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고, 다시 필기시험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학생들이 사고 과정을 AI에 외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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