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닮아가는 EU 이민 정책…불체자 송환허브 짓고 처벌 강화

뉴스1       2025.12.09 18:10   수정 : 2025.12.09 18:10기사원문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유럽연합(EU)이 불법체류자를 국경 바깥으로 쫒아내기 위한 '송환 허브'를 설치하고 유럽 땅을 떠나길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를 떠올리게 하는 초강경 이민 정책이다.

EU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유럽이사회는 8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 내무장관들이 불체자 송환을 간소화하기 위한 △송환 허브 활성화 △불체자 관리 강화 등의 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먼저, '제3국'과 해당 국가 안에 EU의 불체자를 수용하는 협정을 체결해 송환 허브를 설치한다. 불체자들은 송환 허브를 거쳐 최종 귀국 국가로 향한다. 최종 목적지는 불체자의 출신국이나 EU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나라가 된다.

EU 회원국들은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이집트, 인도, 코소보, 모로코, 튀니지 등을 유럽 외부의 '안전한 제3국'으로 지정해 불체자 송환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자발적으로 출국하지 않는 불체자는 엄격하게 관리한다. 특정 혜택 수당 지급·취업 지원을 철회하고 심한 경우 징역을 포함한 형사 제재를 부과한다. 귀국 절차를 밟는 불체자는 유럽 당국에 생체 정보를 제공하고 연락을 유지해야 한다.

유럽에 안보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는 불체자는 특별 조치에 취한다. 10년 이상 또는 무기한 입국 금지 처분하거나 교도소 등 수용 시설에서 구금한다.

한 회원국에서 송환을 결정한 불체자에 대해서는 다른 회원국도 같은 결정을 따라야 한다. 불체자가 귀환을 피하기 위해 다른 EU 회원국으로 도피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의도다.

망명 신청자를 회원국 간 분산 수용하기 위한 협력 역시 강화한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난민 유입이 심각한 회원국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른 회원국이 이들 국가의 난민 일부를 데려가거나, 난민 1인당 2만 유로(약 3200만원)의 금액을 지원해 준다.

라스무스 스토클룬드 덴마크 이민통합부 장관은 "EU에서 송환 결정을 받은 불법 이주자 4명 중 3명이 귀국하지 않고 계속 머문다"며 "송환을 촉진하고 늘리고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의한 내용은 EU 입법부인 유럽 의회와 협상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다.
EU 일각에선 "인권 준수를 보장할 수 없는 제3국에 난민을 무모하고 근시안적으로 외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의 대대적인 이민 정책 강화가 미국의 이민 단속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새 안보 전략에서 EU의 이민 정책이 '유럽 대륙의 변화와 갈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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