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급한데 또 미뤄진 반도체특별법 처리
파이낸셜뉴스
2025.12.09 18:25
수정 : 2025.12.09 18:25기사원문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통과 안돼
올해 안에 반드시 국회 문턱 넘어야
금명간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된다 해도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 조항을 뺀 것이어서 미흡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 예외조항을 추후 논의하더라도 일단 올해 안에 통과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미 국회는 수많은 시간을 허송했다. 깊이 반성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금을 쏟아붓고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사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뒤처졌을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속도가 생명이다. 기술격차가 6개월만 벌어져도 경쟁력에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그런데도 국회는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하는 법 하나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기업들의 발목만 잡았다. 이래 놓고 경쟁에서 이기길 원할 수 있나.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한 데 대한 국회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반도체 연구개발은 실험과 분석이 연속되는 특성상 탄력적 근무가 불가피하다. 중국과 대만 등의 반도체 기업들은 24시간 가동체제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만 경직된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다.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막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 능력이 결정적이다. 핵심인재들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더라도 근로시간 유연화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성과를 낼 수 없다.
이 시간에도 중국은 이공계 인재를 대규모로 확보해 반도체 굴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은 이미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해 신산업을 빠르게 수용하며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우리만 과거의 틀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K반도체 신화를 일군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지적했듯 우리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성공에 취해 정작 필요한 혁신은 미루고 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그는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 철강 등을 살펴보면 다 선진국 것을 카피(모방)한 것"이라며 "과거의 성공에 취해 아무것도 고치지 않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기업들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입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말고도 국회가 산업과 기업을 위해 할 일은 산적해 있다. 다른 경쟁력 강화 입법도 서둘러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도입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반도체 경쟁의 승부를 가르는 것은 인재의 창의성과 혁신역량이다. 반도체 산업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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