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의 현실과 최태원의 '작심발언'
파이낸셜뉴스
2025.12.10 19:08
수정 : 2025.12.10 19:33기사원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600조원이 투입되는데, 비용 추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11월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민관 합동회의)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공개 발언들이다.
이 때문에 뭇매도 맞았다. 투자가 가능하게 기업 규제도 풀고, 지금까지와 같은 나눠먹기식 기계적 배분이 아닌, '진짜 될 만한 곳'에 정책자금을 집중시켜 달라고 했다가 금산분리 교조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제발 밖을 좀 보라는 얘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가 투자하는 액수에 0을 1~2개(10~100배)는 더 붙이고, 속도경쟁도 아주 치열하다"는 것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10일 이 대통령 주재 반도체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AI 3강, 반도체 2강'이란 국가적 이상을 이루기 위해선, 주요국들이 펼치는 '쩐의 전쟁'부터 직시해야 한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목소리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투자하는냐, 즉 돈의 규모와 속도가 미래 반도체 산업 패권을 가를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당장 국민성장펀드 1호에 SK하이닉스가 유력할 것이란 보도가 나가자 시민단체들이 특혜 주장을 펼치고, 관료들은 방어논리를 짜기 바쁘다. 이 대통령의 금산분리 완화 지시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왜 손정의(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흉내를 내느냐"고 말한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주 52시간 예외는 물론이고, 정부의 반도체 산업 재정 지원에 대한 의무조항도 빠진 채로 통과될 공산이 크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K반도체를 향해 섬뜩한 전망을 했다. 10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래 산업 패권을 놓고 국가대항전을 펼치고 있는 마당에 당장 국민성장펀드 1호 발표만 나가도 해당 기업들이 특혜 논란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며 "우리 내부의 허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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