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석달 내 대선'으로 승부수?…전쟁 중 선거 가능할까
뉴스1
2025.12.10 19:15
수정 : 2025.12.10 19:17기사원문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석 달 내 대선 실시를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또 다시 제자리걸음하며 대내외 모두에서 그의 리더십 위기가 불거지자 승부수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시 계엄령하 6년째 통치…국내외 모두서 리더십 위기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선거를 치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요청한다. 안전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이 도와달라"며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60~90일 안에 선거를 실시할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시 계엄령 동안은 선거가 불가하다는 젤렌스키의 오랜 입장을 뒤집는 발언"이라고 주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서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당선됐다. 5년 임기는 작년 끝났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계엄령과 전시 내각 선포로 통치를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선거를 치르지 않고 독재를 한다고 비판해 왔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계엄령으로 정권을 유지하려 한다며 젤렌스키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적으로는 젤렌스키 대통령 최측근들 사이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의 오른팔이던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부 요직 인사들이 비리 의혹으로 최근 줄사퇴했다.
러 공격 안한다 장담 못해…군인·난민 투표 참여도 문제
미국은 러시아와 선 합의한 종전안을 우크라이나에 강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동부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넘길 것을 압박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강력한 안전보장에는 모호한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의 접근법 변화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가 불가피하다고 시사한 것에 대응해 미국의 안전보장을 얻어내려는 협상 전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석 달 내 선거'의 관건은 "러시아의 공격과 폭격 속에서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우크라이나프리즘의 한나 셸레스트는 BBC방송에 투표할 군인이 100만명, 난민은 400만명에 이르고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파업과 정전으로 불안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투표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러시아는 종전 협상이 한창인데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거리낌 없이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저지)·탈나치화(친서방 정권 교체) 목적을 이룰 때까지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선거를 위한 서방 안전보장 요청은 우크라이나가 독립성을 잃었음을 보여준다"며 "진정한 도박이자 도전"이라고 깎아내렸다.
'전쟁 중 선거' 여론 엇갈려…젤렌스키·잘루즈니 등 유력 주자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 중 선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의 9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3%는 '종전 이후 선거'를 지지했다. '안전보장을 받는 휴전 후 선거'를 지지하는 이들은 22%에 불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출마 여부도 재집권 가능성도 모든 게 불분명하다. 본인 스스로는 전쟁이 끝나면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9월 말했다. 현지 여론조사(인포 사피엔스)상 젤렌스키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는 우크라이나인들은 20.3% 정도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젤렌스키가 임기 최대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 선거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면서도 "현재로선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후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이외 대선 후보로는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지낸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19.1%),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5.1%) 등이 거론된다. 응답자의 약 23.6%는 답을 유보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