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안에…"코트패킹" vs "국민 권리구제"(종합)
뉴시스
2025.12.10 19:29
수정 : 2025.12.10 19:29기사원문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대법관 증원 등 상고제 두고 "사건 폭증·상고심 불만…증원 대신 1심을 강화해야" 대법관 증원 우려도…"단계적 증원 등 노력 필요"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사법부 장악을 의미하는 '코트 패킹(court packing)'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과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한 노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상충했다.
법원행정처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법률신문사와 함께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 방향과 과제' 2일 차 행사를 열고 '상고제도 개편 방안' 및 '대법관 증원'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이 대법원에 참여하고 제한 없이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판결의 통일성이 저하되고 50명이 모여 전원합의체 회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현행 상고심의 가장 큰 문제는 사건 폭증"이라며 "통계를 보면 대법관 1인당 연간 처리하는 사건 수가 3000건 이상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과부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1심의 충실화를 들었다. 민사소송 개시 전 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법원이 상대측에 문서제출명령을 내리는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 등 증거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 단독 판사의 확대 등으로 재판부 1개당 사건 수를 줄일 수 있는 취지 방안들이다.
오 변호사는 "상고심 문제는 단순히 대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실심(1·2심) 충실화 등 전체 심급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상고는 사법제도의 한 부분으로 여러 제도가 유기체처럼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현직 법관들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에 공감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측 박현수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심급제 내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문제에 집중한 해법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원인의 해결책과 각 심급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상고심 제도 개편 담론이 거센 이유는 대법원의 신뢰 위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판결 이유를 알 수 없는 심리불속행 기각부터 지난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도 거론됐다.
여연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법원개혁소위원장(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은 이 대통령 상고심 논란을 두고 "대법관 전원이 기록을 모두 확인했는지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만 봐도 많은 사람이 대법원 재판의 구조와 실제 현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현황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여 변호사는 대법원 심판 과정은 대법관만 알 수 있다며 박시환 전 대법관이 비판적인 관점에서 상고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쓴 한 논문을 소개하기도 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 '제대로 심리를 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지적과 달리 논문을 통해 오해가 풀리는 측면이 있다는 취지다.
최종적 법률 해석을 맡는 '최고법원'의 지위를 헌법재판소에 넘기고 대법원은 권리구제를 맡는 전문 상고심 기관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개혁한다면 대법관을 크게 증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춘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이번 기회에 사법부는 사실심 강화 역할에 충실하고 정책 법원은 최상위법인 헌법을 다루는 헌재에서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장기적으로 그런 관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대법관 증원안' 세션에선 김도형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가 발표를 맡아 우리나라 사법 제도와 현재 대법원 상황 등을 근거로 급격한 대법관 증원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관 증원에 따른 전원합의체 운영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만약 2028년까지 증원을 마쳐서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25명이 전원합의체를 구성할 경우 실질적인 토론과 설득이 현재보다 물리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연합부 구성 방안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이 소부 판결, 연합부 판결, 전원합의체 판결로 나뉘어 선고되면서 각 판결의 효력 등에 관해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연합부에게 동질한 사건이 배당된다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서로 모순되는 대법원 연합부 판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사법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미흡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적·물적 제도의 한계, 사실심 약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법원의 과부하 문제는 단순 인원수 증가로 해결할 수 없다"며 "중장기적 구조 개편 없이는 증원만으로 대법원의 공익적 기능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법부 신뢰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특정 정권 시기와 맞물린 최고 법원 조직에 대한 '급격한 증원'은 다수 국민과 특히 반대 정파 사람들로 하여금 코트패킹 의심을 강화하며 사법 독립성과 제도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발표를 맡은 여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이 상고심 과부하 상태를 해소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여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적체 문제나 과다한 심리불속행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상고심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고 재판의 충실도를 높여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 변호사도 대법관 증원 과정에서 ▲단계적 증원과 검증 ▲대법관 보조 인력과 관련한 대책 마련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결정 제도의 개선 방안 마련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트패킹 논란에 대해 "실제로 코트패킹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이 최근에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했고 이후 재판이 정지된 동안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은 그 자체로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토론자인 이보연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위원회 위원)도 "대법관이 증원될 경우 국민의 권리구제가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구성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전원합의체 구성이 어려우므로 대법관을 증원할 수 없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했다.
대법관이 증원될 경우 사실심이 약화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상고심과 사실심 충실화가 양립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관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 법학박사 등 다양한 식견을 가진 법률 전문가를 재판연구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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