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각막 손상 없는 '원추각막증 치료법' 개발
뉴시스
2025.12.12 17:13
수정 : 2025.12.12 17:13기사원문
[포항=뉴시스]송종욱 기자 = 원추각막증은 눈 앞쪽 투명 막인 각막이 점점 얇아지고 앞으로 튀어나오는 병이다.
10대에 발생해 점차 진행하며 사물이 번져 보이고,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연구팀이 부산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기수 교수, 연세대 의대 안과학교실 김태임 교수와 함께 각막 손상 없이 문제를 해결할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과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
애초의 방식인 '드레스덴 프로토콜'로 불리는 시술은 각막 상피를 제거한 뒤, 30분 간 리보플라빈(비타민 B2)을 점안하고, 30분 동안 자외선을 조사해 각막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효과는 입증됐지만, 상피를 제거하며 생기는 극심한 통증과 감염 위험, 긴 회복 기간이 큰 부담이다.
연구팀은 각막 상피를 그대로 둔 채 치료가 가능한 상피투과성 각막 교차가교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빛을 바꾸는 렌즈’와 ‘각막 투과광염료’ 두 가지다. 먼저 근적외선 같은 인체에 비교적 안전한 낮은 에너지의 빛을 받아 자외선·청색광으로 바꾸는 상향 변환 나노 입자를 설계했다.
이 나노 입자를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콘택트렌즈 안에 균일하게 집어넣어, 렌즈 자체가 작은 '광원'처럼 빛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 렌즈는 가시광선 투과율은 88.7%에 달해 일반 시야 확보에도 무리가 없다. 겉으로는 평범한 렌즈지만, 근적외선이 들어오면 렌즈 안에서 자외선·청색광 등 필요한 빛만 골라 보내는 ‘빛 필터이자 빛을 만들어 내는 작은 공장’이 된 셈이다.
여기에 연구팀은 안구 표면에 접착이 우수한 생체 고분자인 히알루론산(약물의 상피 투과를 돕는 천연 생체)에 리보플라빈을 결합한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HA-RF) 접합체’를 만들었다.
애초의 리보플라빈 용액은 각막 상피를 거의 통과하지 못해, 상피를 제거해야 했는데 히알루론산은 눈물처럼 점성이 있어 눈 표면에 오래 머물고, 상피세포와도 상호 작용이 우수해 리보플라빈이 각막 상피를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돕는다.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 접합체는 애초의 리보플라빈 용액에 비해 각막 상피를 통과하는 약물 전달 효율이 약 3.7배 높았다.
동물 실험에도 치료 후 4주 간 염증, 각막 혼탁, 내피 세포 손상과 같은 주요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아 상피를 보호하면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인한 것이다.
한세광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각막 상피를 보존하면서 환자의 통증과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원추각막 치료 및 시력 교정 플랫폼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태임 교수는 "원추각막치료는 대개 어린 나이에 시행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 방식을 이용하면 통증과 감염 부담이 적어 환자 만족도가 높고, 치료 시간이 단축돼 의료진의 부담이 적으며, 앞으로 각막이 약해지는 다른 질환의 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BRIDGE 연구 프로그램, 기초 연구 사업, B-IRC 사업과 (재)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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