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4·3학살 책임자 박진경 유공자 지정 취소하라"(종합)

뉴스1       2025.12.12 17:16   수정 : 2025.12.12 17:16기사원문

10일 오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에서 방명록을 쓰고 있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4·3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 논란이 되자 공식 사과한 바 있다.2025.12.11/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시민단체들이 고(故)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정부를 향해 "민간인 학살 가해 책임자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반역사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제주4·3범국민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1948년 5월 박진경은 제주도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한 후 제주도민을 강경 진압했다"며 "'제주도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 명을 모두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하며 4·3 초기 국면에 주민학살까지 병행되는 강경 진압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훈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법 절차에 의한 처분이라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며 "수많은 제주 4·3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이며, 유족의 아픔을 짓밟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2·3 내란 청산의 한가운데서 4·3 민간인 학살 가해 책임자의 국가유공자 지정은 반역사적 행위"라며 "군인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박진경 같은 학살 책임자의 국가 예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고, 국가유공자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훈부는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이 취소되지 않는 이상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는 건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12·3 내란의 올바른 종식을 위해 학살자를 국가유공자로 만드는 지금의 국가유공자법은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학살자가 유공자가 될 수 있는 유공자 제도를 개혁하고, 이에 앞서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지정 당장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4·3 당시 조선경비대 제9연대장으로 부임해 초토화 작전 등으로 수천 명의 도민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했다.

보훈부는 지난달 4일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증서를 발급했다. 박 대령의 유족은 지난 10월 20일 서울지방보훈청에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박 대령의 유공자 인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국가폭력이던 계엄 이후 출범한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라며 "무공훈장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폭력의 집행인이 국가유공자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5·18 민주화운동에서 시민에게 총을 겨눴던 가해 지휘관들, 지금 청산을 요구받는 ‘12·3 계엄’의 책임자들 역시 동일한 근거로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가보훈부가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인정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가폭력의 집행자가 ‘무공’이라는 이유로 예우를 받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관련 규정과 심사기준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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