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시선과 역사를 찾는 모험"…다니엘 보이드 '피네간의 경야'전
뉴스1
2025.12.12 17:20
수정 : 2025.12.12 17:20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국제갤러리는 내년 2월 15일까지 K3와 한옥 공간에서 호주 원주민 혈통의 작가 다니엘 보이드의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은 유명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이는 여러 시각으로 역사를 깊이 살펴보는 작가의 작업 방식과 연결된다.
보이드는 서양 중심의 역사에서 가려지거나 잊힌 시선과 기억을 불러내며, 식민주의나 지식 체계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그림(캔버스) 위에 '렌즈' 모양의 점들을 사용하여, 기존의 이야기에서는 보이지 않거나 기록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주요 작품들은 1958년 호주 정부가 만든 어린이 학습 만화인 '디 오스트랄리안 칠드런즈 픽토리어 소셜 스터디스' 중 '내해'(內海)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보이드는 학습 만화 같은 교육 자료들이 무의식중에 식민주의적인 세계관을 심어주는 장치라고 보고, 역사가 어떻게 가르쳐지고 신화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중앙에는 실제 하지 않는 바다를 찾는 유럽 탐험가와 원주민의 관계라는 허구적인 신화를 표현한 대형 그림 '무제'(LOTAWYCAS)가 있다. 맞은편에는 경찰서 취조실 등에서 쓰이는 단방향 거울 다섯 개로 만든 설치 작품 '무제'(PCSAIMTRA)가 있다. 이 거울은 일방적인 시선을 상징하며, 관람객이 역사가 특정한 이야기로만 해석되고 기록되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악보 모양의 작품들은 서양 문화가 아닌 것들이 서양 중심의 사고방식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질되고 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일부 작품은 학습 만화 콜라주 위에 검은 물감을 칠해 기존 이야기의 권위와 시선을 일부러 흔들어 놓는다.
보이드는 이미지를 조각내고 다시 짜맞추는 방식으로, 서양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서도 백인 우월주의 구조를 비판한다. 아울러 신화처럼 여겨지는 진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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