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진단받은 29년차 소방관…法 "공무상 질병인정"

뉴시스       2025.12.14 09:01   수정 : 2025.12.14 09:01기사원문
소방공무원 근무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 인사혁신처 "업무와 관계성 인정 어렵다" 요양 급여 불승인 法 "유해물질 장기간 노출, 인과관계 인정된다고 봐야"

[서울=뉴시스] 법원 로고.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화재현장 출동 업무를 수행하던 소방공무원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형사8단독 문지용 판사는 지난 10월 22일 소방공무원 A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2021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요양 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A씨가 약 2년 2개월만 화재 진압·구조 업무를 수행했고, 그로부터 약 22년이 지나 백혈병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 관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불승인 처분했다.

A씨 측은 "29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개인보호장구를 충분히 보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화재현장 출동 업무를 수행해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인사혁신처가 화재 진압·구조 업무를 한 것으로 인정한 기간 외에도 화재 진압·경방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장이나, 당직근무 책임자, 소방서장으로 근무하며 화재현장을 지휘했다는 것이 A씨 측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일선 소방대원들과 마찬가지로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백혈병과 관련 있는 질환으로 진단·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가족력·유전력도 없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에 따르면, 소방본부의 화재조사보고서 등을 근거로 집계한 A씨의 화재현장 출동건수는 1431건이다.

이중 1047건은 출동대원으로 출동한 188건 외에도 출동부서장으로 출동한 370건, 당직책임관으로 출동한 420건, 소방서방으로 출동한 69건을 포함한 수치다.

384건은 재산 피해가 경미해 화재조사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은 화재 출동건수의 10%에 해당한다.

인사혁신처는 소방서가 출동할 때 방호·구조·구급 담당 부서의 장과 담당계장 등까지 모두 화재현장에 출동한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A씨가 출동부서장 근무 기간에 행정업무만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A씨 소속 부서가 화재 진압, 구조·구급대 운영 등을 수행한다고 명시했고, 동료 소방관들도 A씨가 현장에 출동해 업무를 수행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당직책임관으로 출동한 420건, 소방서장으로 출동한 69건 역시 인사혁신처는 "당직책임자나 소방서장이 직접 현장에 출동해 지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백혈병의 발병원인이 되는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됨으로써 발병하게 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인사혁신처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사혁신처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해 A씨의 실제 출동 건수가 1047건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A씨가 적어도 수백 건의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진압업무 등을 수행했음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관련 가족력이나 유전력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봤다.

법원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도 '약 29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화재진압업무에 종사했다면 공무와 이 사건 상병(백혈병) 사이에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crysta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