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탈 코스닥’ 행렬…정체성 흔들

뉴시스       2025.12.14 10:00   수정 : 2025.12.14 10:00기사원문
대장주 이전 러시…코스닥 '2부 시장' 전락하나 이전 상장→지수 침체→투심·신뢰 약화 '악순환'

[서울=뉴시스] 알테오젠 본사 및 연구소 조감도 (사진=알테오젠 제공) 2025.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코스닥 대표 기업들의 잇단 코스피 이전 결정으로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코스닥이 점차 대형 성장주의 '중간 기착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스닥이 중소·벤처·기술기업 중심의 시장으로서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기보다는,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위한 시장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은 지난 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53.22%가 참석했으며, 이 중 98%가 이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시장에서는 알테오젠이 조만간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고,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1분기 중 코스피 이전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이전은 2005년 도입된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303개 기업 가운데 첫 번째 코스피 이전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알테오젠은 현재 시가총액이 약 23조원(12일 기준)으로,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이전 상장을 통해 유동성 확보와 기업가치 재평가 등 보다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코스닥은 개인 중심의 시장으로 급등락이 심하고, 실적이 좋아도 왜곡된 가치 평가가 반복된다"며 "예측 가능한 평가를 위해 코스피 이전을 선택했다"며 이전 상장 배경을 밝혔다.

코스닥 대장주의 코스피 이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기업은 100곳이 넘는다. 카카오, 동서, NAVER, LG유플러스, KT 등은 유가증권시장 이전 이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최근 이전 상장 기업들 중 상당수는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8년 코스닥 시총 1위로 코스피에 이전했지만, 현재 주가는 상장일(28만8000원) 대비 35% 가량 하락했다. 포스코DX, LX세미콘, 엘앤에프 등도 이전 상장 이후 두드러진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근에는 코스닥 시총 2위인 에코프로비엠도 코스피 이전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6월 에코프로글로벌과 합병한 뒤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실사에 착수했으나, 올해 3월 실적 부진과 시장 여건을 이유로 상장 신청을 철회했다. 최근 에코프로비엠은 "실적 회복 추세를 지켜본 뒤 구체적인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이전 상장 재개 가능성에 여지를 남겨뒀다.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기업 이미지 제고 ▲패시브 자금 유입 ▲기관투자자 접근성 향상 등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기술·벤처 중심이라는 코스닥의 본래 취지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이전 상장을 자극하고, 이는 지수 침체로 이어지며 다시 투자 심리와 시장 신뢰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상장이 궁극적으로 자본비용을 낮추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의사결정이라면 이를 인위적으로 제한하긴 어렵다"면서도 "코스닥 대형 상장기업의 잇단 이전 상장은 국내 모험자본 순환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코스닥 시장의 위상과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 기업의 이탈은 시장 규모 축소와 투자자 기반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우량기업의 신규 진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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