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엘 홍보하던 건설 마케팅사 '캐릭터 사업'하는 이유

뉴스1       2025.12.14 12:01   수정 : 2025.12.14 12:01기사원문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가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회사소개를 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제공)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가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회사소개를 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제공)


루시드프로모가 제작한 샤넬코리아 콘텐츠. (루시드프로모 제공)


김병수 루시드프로모 대표가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회사소개를 하고 있다.
(메인비즈협회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기존 상품으로는 전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던 콘텐츠가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이 됐습니다."

김병수 루시드프로모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이달 1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진행한 '메인비즈협회 우수기업 현장투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캐릭터 '위캔두잇'이 그려진 안전 매뉴얼 북을 들어 보이며 "5년 뒤에는 콘텐츠 IP(지식재산권)으로 연 매출 100억 원을 내는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루시드프로모는 1997년 설립된 주거·하이엔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건설 마케팅 기업이다. 이 회사는 재건축·재개발 수주에서부터 분양, 입주, 커뮤니티 운영,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주거 전 과정에 걸친 통합 마케팅을 수행하고 있다.

28년간 누적 2114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178만 세대, 1215만 명 이상의 고객 접점을 만들어왔다. 루시드프로모가 입주 마케팅을 맡은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는 청담 르엘, 시그니엘, 올림픽파크포레온 등이다.

김병수 대표는 IMF 직후인 1990년대 후반 건설·주거 마케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구조와 소비자 흐름을 분석해 분양·입주·커뮤니티·컨시어지까지 이어지는 '주거 생애주기 마케팅' 모델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들여다보니 입주 이후 커뮤니티 운영부터 상가·편의시설 활성화까지 건설사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많고 회사별로 원하는 것이 다 다르더라"며 "이런 니즈를 관찰하며 사업을 키워온 것이 현재의 루시드프로모가 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업 불안정…미래 먹거리 '콘텐츠' 낙점"

건설 마케팅으로 한창 이름을 날렸지만 한편으로 이 사업 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담보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건설업은 업황 변동이 커서 장기적인 안정성을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자사 핵심 서비스인 컨시어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를 전달하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방안을 찾게 됐다. 김 대표는 "서비스의 본질은 신뢰인데 이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기존 서비스인 컨시어지를 고객이 체험하기 전에는 직접 신뢰를 전달할 방법이 없어 이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김 대표는 2010년 고객에게 신뢰를 전달할 방법으로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자체 캐릭터인 '위캔두잇'(WeCanDoIt)을 만들었고 에티켓 캠페인 등을 추진했다.

위캔두잇은 네 친구 캐릭터가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기관과 협력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사내 에티켓 교육, 공공 예절 캠페인, 스포츠맨십 장려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콘텐츠 사업은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교육 수요가 늘어나면서 크게 확장하기 시작했다. 루시드프로모는 첫 콘텐츠 유로 프로젝트를 솔브레인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영문 버전으로 만든 코로나 안전 매뉴얼을 해외에 배포했는데, 이를 본 솔브레인이 먼저 연락을 줬다"며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콘텐츠가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됐다"고 말했다.

루시드프로모가 제작한 콘텐츠는 누적 1만 건 이상이며 협업 캠페인도 850건 이상 진행했다. 이들에 캐릭터 콘텐츠를 의뢰·제작한 곳은 샤넬, 리치몬드코리아, 고세코리아, 미국 세인트존스 병원 등이다. 샤넬은 위캔두잇을 이용해 인사부, 법무부 등 다양한 부서의 사내문화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AI 도입하자 하루 걸리던 책 제작이 1시간 내로"

루시드프로모의 콘텐츠 사업은 AI를 만나면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AI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메인비즈협회의 중소기업 스마트 서비스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회사는 캐릭터 이미지와 텍스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매뉴얼북과 영상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스튜디오'를 구축해 캐릭터 콘텐츠를 매뉴얼·영상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스템을 실현했다. AI를 접목하니 이미지뿐 아니라 영상으로도 캐릭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다국어, 다문화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매뉴얼 북 하나를 만드는 데 하루가 걸렸지만 이제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며 "AI 덕분에 콘텐츠 확장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고 말했다.

"5년 후 콘텐츠 IP로 100억 매출 내는 회사로"

향후 목표는 5년 내 콘텐츠 부문에서만 매출 100억 원을 내는 것이다.

루시드프로모의 지난해 매출은 120억 원이며 이 중 4억 원가량이 콘텐츠 부문에서 발생했다. 올해 기준으로 콘텐츠 매출(예상)은 7억 원가량이다. 1년 사이 75% 증가한 수준이다.

김 대표는 △기술력 기반의 회사 △콘텐츠 기반의 회사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회사가 미래에도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사 컨시어지 사업은 하이엔드 중심으로 고도화하고 콘텐츠 사업은 더욱 확장해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콘텐츠는 인건비 외에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는 고부가가치 모델이다. 여기에 AI가 붙으면서 확장성이 무한대가 됐다"며 "5년 안에 캐릭터 IP만으로 100억 원 매출을 내는 회사를 만들겠다. 장기적으로는 300억, 500억 규모까지 확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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