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산업 기상도…'반도체 쾌청', '석유화학·철강 흐림'
뉴시스
2025.12.14 12:03
수정 : 2025.12.14 12:03기사원문
"AI가 이끈다"…반도체·디스플레이 '맑음' 트럼프發 관세에 '기계' 흐림…'건설'도 부정적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내년 산업 기상도는 인공지능(AI)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쾌청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중국과 경쟁 중이고, 관세 외풍이 두드러지는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은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분석한 2026년 산업기상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붉은 말'의 해에는 AI 성장 수혜가 예상되는 반도체(D-RAM)·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디스플레이(Display) 등 'R.E.D' 업종의 성장이 기대된다.
반도체 산업의 올해 수출은 16.3% 성장(1650억 달러), 내년 수출은 9.1% 성장(1800억 달러)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구축경쟁으로 HBM 등 고부가 D-RAM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
실제 MS,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내년에만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고 내년, 후년 투자는 지수함수식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기상도도 '맑음'이다. AI발 전자기기 사양 상향평준화와 함께 전력효율이 높은 OLED 패널 수요가 증가하면서 내년 수출은 금년 대비 3.9% 증가한 176.7억 달러로 예상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대형화 및 확장현실(XR) 시장 확대에 따른 내년도 글로벌 OLED 출하량이 각각 83.3%, 238.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하나의 AI 후방산업인 배터리 역시 '대체로 맑음'이다. AI데이터센터 서버의 소비전력 증가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로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2.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분야 역시 내년 현대, 기아, BMW 등 K-배터리 탑재 모델 출시가 집중되어 캐즘 이후 EV용 배터리 수요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국발 첨단세액공제(AMPC) 수혜 축소 및 중국산 시장점유율 확대는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올해 기준 중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77%를 돌파했으며, 비중국 시장으로만 따져도 46.5%까지 성장해 한국의 비중국 시장점유율(38.7%)을 최초로 역전했다.
바이오업종은 양적·질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근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대규모 설비 가동 본격화와 미국 생물보안법 반사이익이 맞물려 대형 위탁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업종도 '대체로 맑음'으로 나타났다. 현대 울산공장('26.1분기 예정, 20만대), 기아 화성 EVO Plant('25.11, 10만대) 등 국내 전기차 신공장 가동 본격화로 내년 생산은 금년 대비 1.2% 증가한 413만대, 수출은 1.1% 증가한 275만대로 예상된다.
조선산업은 LNG운반선,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수출 지속에 힘입어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8.6% 증가한 339.2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친환경 선대 교체 추세에 내년 컨테이너선 발주 전망치는 375척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또한 미국 LNG 수출 확대에 따른 프로젝트 수요와 카타르의 선단 교체 수요 등으로 최대 100척의 추가 발주가 예상된다.
섬유패션산업 역시 '대체로 맑음'이다.
APEC 이후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고부가 패션 상품의 수요 증가, 원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등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2.0% 증가한 99억6000만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저유가에 따른 납사 등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올해 대비 6.1%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 사업구조 재편 확대에 따른 가동률 회복세 전환,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폐쇄 움직임으로 공급과잉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철강산업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에 더해 미국, 유럽(EU)발 수입규제 강화로 '흐림'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는 "미국의 통상보호조치와 EU의 철강수입규제(TRQ) 등의 영향으로 기존 수출국향 물량이 감소해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계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부과 조치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 증대로 내년도 수출은 올해 대비 3.7%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부터 건설 기계, 변압기 등도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으로 분류돼 50% 품목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건설산업은 내년에도 '흐림'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지속으로 사업성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심사 강화, 안전·노동 규제강화에 따른 공사지연과 비용상승이 민간수주 상승폭을 제한한다는 분석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내년에도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여 국내 전 업종이 긴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공격적인 실험이 지속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혁신 실험, 인센티브 체계 마련이 중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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