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있나" 中 탁구 치욕의 날, 한국이 중국을 3-0으로 압살하다니... 신유빈-임종훈 WTI 혼복 우승
파이낸셜뉴스
2025.12.14 13:53
수정 : 2025.12.14 14:38기사원문
6전 전패 중국 왕추친-쑨잉사조 3-0으로 완파... 한국 최초 WTI 혼복 우승
[파이낸셜뉴스] 그야말로 '미친 경기력'이었다. 쳐다보기도 힘들 것 같았던 거대한 '만리장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 탁구의 '황금 듀오' 임종훈(한국거래소)과 신유빈(대한항공)이 세계 최강 중국 탁구의 심장부를 뚫고 기적 같은 우승 드라마를 썼다.
임종훈-신유빈 조는 13일(한국시간) 홍콩 콜리세움에서 열린 'WTT 홍콩 파이널스 2025' 혼합복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중국 탁구의 자존심인 왕추친-쑨잉사 조를 게임 스코어 3-0(11-9 11-8 11-6)으로 완파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하지만 7번째 승부는 달랐다. '7전 8기'라는 말조차 필요 없었다. 임종훈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신유빈의 영리한 코스 공략 앞에 '무적'이라 불리던 중국 콤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1게임 9-9의 숨 막히는 접전 상황에서 침착하게 상대 범실을 유도해 기선을 제압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2게임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5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내줄 뻔했으나, 부상 여파가 있는 쑨잉사의 빈틈을 파고드는 집요한 승부 근성으로 흐름을 되찾아왔다.
승부의 방점을 찍은 3게임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3-4로 끌려가던 경기를 6-5로 뒤집으며 승기를 잡았고, 매치 포인트인 10-6에서 왕추친의 회심의 공격이 테이블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 한국 탁구의 새로운 역사가 완성됐다.
이번 우승이 더욱 값진 이유는 과정의 험난함 때문이다. 임종훈-신유빈은 결승에 앞선 4강전에서도 혼합복식 세계 1위 린스둥-콰이만 조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WTT 미국 스매시와 유럽 스매시 결승에서 연거푸 무릎을 꿇렸던 천적들에게 보란 듯이 설욕한 것이다.
중국의 최정예 1, 2조를 연달아 격파하고, 그것도 결승전에서 상대를 3-0으로 압살하며 우승하는 그림은 한국 탁구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쾌거다. 왕중왕전 격인 WTT 파이널스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 역시 이번이 최초다.
홍콩의 밤을 수놓은 두 선수의 환호는 한국 탁구가 다시금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강렬한 확신을 팬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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