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냈는데 뒤통수만 봤다"… 메시 20분 '찍먹'에 인도 콜카타가 불탔다

파이낸셜뉴스       2025.12.14 14:27   수정 : 2025.12.14 18:34기사원문
"신이 온다더니 사기꾼이 왔다" 분노한 인도 팬들, 경기장 기물 파손 '난동'
정치인들 '병풍' 탓에 얼굴도 못 봐… 성난 관중 그라운드 난입 '아수라장'
경찰, 주최 측 전격 체포… 되풀이되는 스타들의 '월드 투어' 잔혹사





[파이낸셜뉴스] 축구의 신을 영접하려던 성지는 순식간에 폭동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기대가 분노로 바뀌는 데는 딱 20분이면 충분했다. 인도 콜카타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초단기 방문'과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됐다.

영국 BBC 등 외신은 13일(현지 시간) 인도 콜카타 솔트레이크 경기장에서 열린 메시 방문 행사가 관중들의 집단 난동 사태로 얼룩졌다고 보도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관객들을 무시한 행사 내용이었다. 'GOAT 인디아 투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수천 명의 팬을 불러 모았지만, 정작 주인공인 메시는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손을 흔든 것이 전부였다. 시간은 고작 20여 분. 팬들이 기대했던 미니 게임이나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뻔뻔한 운영이었다. 이날 입장권 가격은 최고 1만 8000루피, 우리 돈으로 약 3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인도의 물가를 고려하면 일반 노동자의 몇 달 치 월급이 순식간에 공중 분해된 셈이다.

심지어 비싼 돈을 내고 들어온 관중들은 메시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인도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메시 주변을 겹겹이 둘러쌌기 때문이다. 관중석에서는 메시가 아닌 양복 입은 관료들의 등짝만 보였고, 대형 스크린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다. 메시가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배신감을 느낀 관중들은 이성을 잃었다. 관중석 의자를 뜯어내 그라운드로 집어 던졌고, 물병이 빗발쳤다. 일부 과격한 팬들은 펜스를 뚫고 그라운드로 난입해 안전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기장 시설물 다수가 파괴됐고, 현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공권력이 개입했다. 인도 경찰은 행사를 기획한 주최 측 관계자를 사기 및 과실 혐의 등으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또한 피해를 본 관중들에게 입장권 전액 환불을 서면으로 보증하라고 명령했다.


메시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서둘러 콜카타를 떠나 하이데라바드로 이동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오명을 쓴 이번 투어가 남은 일정(하이데라바드, 뭄바이, 뉴델리)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날두의 노쇼, 네이마의 1분 출전, 그리고 메시의 20분 산책까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을 호구로 아는 스타들의 '먹튀 투어' 논란은 이번 인도 사태로 또 한 번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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