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도 나온 결론…조선 재건엔 한국 파트너
파이낸셜뉴스
2025.12.15 05:11
수정 : 2025.12.15 05:08기사원문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사실상 핵심 실행축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조선업계는 미국 내 조선 기반이 취약해 외국 자본·기술·운영 경험 없이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4일(현지시간) 한화그룹이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거점으로 LNG 운반선 공동건조, 대규모 인프라 투자, 인력 양성(한국 조선소 연수)까지 패키지로 내놓으며 ‘미국 조선 르네상스’의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조선업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LNG 운반선·극지 쇄빙선·해군 함정 건조를 포괄하는 이른바 ‘미국 조선소를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yards Great Again)’ 구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해운 데이터 업체 제네타(Xeneta)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조선업 붐은 110년 동안 두 차례(1·2차 세계대전) 있었을 뿐”이라며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진단했다.
CNBC는 한화그룹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는 2024년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해 ‘한화 필리 조선소’로 재편했고, 이를 트럼프 행정부 조선 부흥 구상의 전진기지로 키우고 있다.
한화는 필리 조선소의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1~1.5척 수준에서 장기적으로 연 20척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8월 5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조선소 현대화·설비 확충 없이는 미국 내 상업선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행보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7월 한화그룹 해운 계열사로부터 미국 건조 LNG 운반선 주문을 수주했다. 약 50년 만의 첫 주문이었다.
미국 조선소의 인력·공정·경험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해,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와 ‘공동건조(joint-build)’ 모델을 채택했다.
미국 조선업 부활의 최대 난제로는 ‘사람’이 꼽힌다. 데이비드 김 한화 필리 조선소 CEO는 CNBC에 “산업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가 인력”이라며, 특히 미국 내 숙련 교관 부족이 훈련의 가장 큰 병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해법으로 미국 인력을 한국 조선소로 순환 파견해 현장 교육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김 CEO는 “현재 1700명 수준인 인력이 연 20척 목표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1만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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