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NATO 가입 대신 법적 구속력 있는 서방 안전보장 수용 시사
뉴스1
2025.12.15 05:07
수정 : 2025.12.15 05:07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 종식을 위한 타협으로 서방의 안보 보장을 받는 조건이라면 NATO 가입 목표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베를린에서 시작된 평화협상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베를린행 비행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의 회담을 준비하며 이 같은 양보안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주최한 회담에서 미국 특사들을 만났으며, 메르츠 총리는 간단한 발언 후 협상을 양측에 맡겼다고 전해졌다. 다른 유럽 지도자들도 15일 독일에 도착해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초기 목표는 NATO 가입이었다. 그러나 일부 미국과 유럽 파트너들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오늘날 미국과 유럽, 캐나다, 일본 등으로부터 양자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보 보장을 받는 것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기회"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고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일부 지역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해왔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이 되어야 하며 NATO 병력이 주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존엄 있는 평화"와 러시아의 재공격 방지를 위한 확실한 보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 러시아가 도시와 전력·수도 시설을 폭격하며 전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젤렌스키는 미국과 유럽이 검토 중인 20개 항목의 평화안이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와 직접 협상은 없으며, 현 전선에서의 휴전은 “공정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진전을 기대하는 신호로 위트코프 특사를 보낸 것은 의미가 크다"며 "위트코프는 과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미국 평화안을 조율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미국의 평화안을 다듬고 있으며,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영토를 양도하고 NATO 가입을 포기하며 군사력 제한을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럽 동맹국들은 이를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순간"으로 규정하며,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군사·민간 예산을 지원하려고 검토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위트코프와 쿠슈너를 만나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큰 돌파구는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난방·수도 시설 공격으로 수십만 명이 여전히 정전 상태다. 그는 "러시아는 전쟁을 질질 끌며 우리 국민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주려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은 서방과의 관계를 최악으로 몰아넣었으며, NATO와 유럽 지도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베를린 연설에서 "우리 조부모 세대가 겪었던 규모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며 "우리가 러시아의 다음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뤼터 총장은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실상을 잊은 세대의 대표처럼 보인다"고 반박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