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천재도 혼자도 아니다"…노벨상 뒤에 가려진 이름들

뉴스1       2025.12.15 06:06   수정 : 2025.12.15 21:18기사원문

[신간] '보통 과학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초파리 유전학자로 유명한 김우재가 과학을 움직여온 평범한 연구자와 기술자의 역할을 복원한 '보통 과학자'를 펴냈다. 책은 엘리트 중심으로 굳어진 과학계 구조와 한국 과학 정책의 현실을 점검한다.

저자는 과학이 언제나 협업의 산물이었고 단언한다.

그는 근대 과학이 형성된 17세기부터 오늘날까지 과학이 개인의 번뜩임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동료 검증 속에서만 성립해왔다는 사실을 짚는다.

그는 로버트 보일의 '보이지 않는 대학'을 출발점으로 삼아, 과학이 태생부터 공동 작업의 체계였음을 상기시킨다. 이 서술은 '천재 과학자'라는 익숙한 신화를 해체하는 선언에 가깝다. 과학의 역사는 언제나 다수의 보통 과학자가 지탱해왔다.

1부는 과학계의 불평등 구조를 정면으로 다룬다. 핵산 연구를 둘러싼 집단 기억의 왜곡, 엘리트 과학자 중심의 평가 시스템, 마태효과와 마틸다 효과가 어떻게 연구비와 명성을 특정 집단에 집중시키는지 분석한다.

2부는 과학을 실제로 떠받쳐온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옮긴다. 니덤의 조수로만 기록된 루구이전, 인간 염색체 수가 46개임을 밝혀낸 조 힌 치오, 페니실린 실용화의 뒤에서 일한 플로리와 체인의 사례는 발견의 영광이 어떻게 배분됐는지를 보여준다.

3부는 한국 과학의 현실을 직시한다. 비정규직 연구자의 삶, 학계를 떠나는 과학자들, 논문 수 중심 평가가 낳은 구조적 왜곡을 짚으며, 한국 과학자 사회의 비과학적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상위 소수에게 연구비가 집중되는 구조는 연구 주제의 다양성을 말라붙게 만들고, 장기적 성과보다 단기 실적을 부추긴다.

4부는 한국 과학의 대안으로 향한다. 과학을 위한 과학, 공동 연구의 실제 효과, 작은 연구실의 효율성을 논하며, 연구실 규모가 10명 안팎일 때 영향력 있는 성과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논문 출판 구조의 변화, 프리프린트와 지식 공유, 과학 지식을 커먼즈로 바라보는 관점은 과학 생태계의 미래를 다시 그리게 한다.

저자가 지적하는 지점은 과학계 전반의 양극화다. 연구비·자리·명성의 집중은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 닮았다. 저자는 과학계 역시 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하며, 과학 정책이 연구자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학을 움직이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과학의 신뢰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저자 김우재는 초파리 유전학자로,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오며, 과학 연구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발언해왔다.

△ 보통 과학자/ 김우재 지음/ 김영사/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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