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쓰리서치 "비만치료제 '주 1회' 한계…미립구로 '월 1회' 경쟁 본격화"
뉴시스
2025.12.15 08:41
수정 : 2025.12.15 08:41기사원문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비만치료제 시장의 초점이 '얼마나 많이 감량하느냐'에서 '얼마나 오래, 편하게 유지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주 1회 자가주사를 대체할 수 있는 '월 1회' 장기지속형 제형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15일 "장기지속형 제형의 핵심은 미립구 기반의 약물 전달 플랫폼"이라며 "위고비, 젭바운드 등 기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주 1회 투여가 필요하지만, 장기 복용이 요구되는 생활용 약물로 자리잡으면서 자가주사에 대한 부담이 중도 이탈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빅파마 입장에서도 장기 지속형 제형은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지배력을 연장할 수 있는 핵심 수명주기관리(LCM) 전략"이라며 "특허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립구 기술의 가장 큰 난관은 '품질 균일성'이다. 입자 크기 분포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방출 속도가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약물 노출량(AUC)의 편차와 부작용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대형화된 생산 장비에서는 유체 흐름, 열 전달, 용매 증발 등에서의 불균일성이 심화돼 수율 저하 및 불량률 증가로 직결된다.
이 같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공정 혁신도 주목된다. 펩트론은 초음파 분무건조 방식의 'SmartDepot'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속생산과 스케일업에 최적화된 공정 경쟁력을 확보하고, 상업 생산 단계에서 배치 간 품질 재현성도 축적해오고 있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 일라이 릴리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으며, 평가 결과에 따라 상업용 라이선스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다.
인벤티지랩은 마이크로플루이딕스 기반 'IVL-DrugFluidic' 기술로 입자 균일도(CV 5% 미만)를 구현하고, 병렬 방식의 생산 확장성(numbering-up)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자체 플랫폼 ‘InnoLAMP’를 통해 미립구 내 약물 함량을 60% 이상으로 높이는 고함량 제형화 기술을 확보했다. 도네페질 미립구 임상 1상에서 1개월 이상 방출 제어와 초기 과방출(burst release) 억제 효과를 입증했다.
한 연구원은 "'월 1회 투여'라는 마케팅 문구보다 중요한 것은 ▲입자 균일성에 대한 실증 데이터 ▲배치 간 재현성 ▲대량 생산 시 수율과 불량률 ▲장기 안전성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규제당국도 장기지속형 제형에 특화된 품질관리(CMC)와 시판 후 감시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해, 편의성 혁신이 환자 안전의 빈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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