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세액공제 한계...전략기술 중심 직접 보조금으로 전환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12.16 09:44   수정 : 2025.12.16 08:47기사원문
국회미래硏 “사후적 조세지원으론 기술패권 경쟁 대응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사후적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방식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국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집중적 직접 재정지원 없이는 고위험·장기 연구개발과 산업 생태계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정부 R&D 조세지원의 한계와 직접지원 구조로의 전략적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R&D 조세지원 체계는 대기업 편중과 정책 타깃팅 약화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직접 보조금 중심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보고서는 정부가 그간 기업의 R&D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직접 보조금 등 사전적 재정지원과, 연구개발 지출 이후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사후적 조세지원을 병행해 왔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와 산업 구조의 전략화로 기존 방식의 정책 적합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특히 R&D 조세지출 구조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전체 R&D 조세지출의 84~91%를 차지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은 소득금액 10억원 이하 구간에 신고의 81.0%가 집중된 반면, 일반기업은 소득금액 1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 구간에서 38.5%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평균 신고액 역시 중소기업은 1500만원 수준에 그친 반면, 일반기업은 소득금액 500억원 초과 구간에서 평균 37억원으로 격차가 컸다.

기술 범주별 수혜 격차도 뚜렷했다. 일반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의 세액공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지만,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는 일반기업이 압도적인 혜택을 받았다. 2023년 기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신고액은 중소기업이 32억원 수준이었던 데 비해, 일반기업은 1조1936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연구 착수 단계에서 지원 규모 예측이 어려워 장기·고위험 R&D에 부적합 △재무 여건이 취약한 혁신기업에 대한 실효성 부족 △기술 변화에 대한 즉각적 대응 한계 △R&D 왜곡 가능성 △사후적 검증에 따른 제도 남용 우려 △국가재정 운용의 예측가능성 저하 등을 제시했다.

반면 주요국은 이미 직접 재정지원 중심으로 정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반도체·인공지능(AI)·이차전지·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대규모 보조금과 공공투자를 확대하며, 산업안보 차원의 전략적 재정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R&D뿐 아니라 설비투자, 공급망 확보, 인력 양성 등 산업 전 주기를 포괄하는 지원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재정지원이 조세지원보다 연구개발 투자 촉진 효과와 파급효과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특히 업력이 짧고 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일수록 직접 재정지원의 효과가 크게 나타났으며, 기업 대상 인식조사에서도 R&D 목표 달성, 도전적 연구 수행, 정책 종료 후 투자 지속성 측면에서 재정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R&D 조세지출을 직접 보조금 등 재정지출로 전환하되 △전략기술 중심의 선택과 집중 △산업 생태계 단위 지원 △벤처·스타트업 맞춤형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WTO 체제하에서 보조금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수단으로 활용돼 온 조세지원 방식의 필요성도 크게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유희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패권 경쟁이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시대에 사후적·분산적 R&D 조세지원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직접 보조금은 기술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고위험 연구의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략기술 중심의 직접 지원 체계로 전환해 기술주권과 산업 초격차 기반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