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환율 상승, 유동성 증가만이 원인 아냐”
파이낸셜뉴스
2025.12.16 12:00
수정 : 2025.12.16 12:00기사원문
한은,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 설명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팀장은 16일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발표하며 “이론적으로 유동성 증가는 자산가격과 환율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원·달러 환율 상승엔 다양한 요인이 복합 작용하고 있어 이를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통화량과 주택가격의 장기적 흐름상 뚜렷한 선후관계가 있다기보다 동행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 핵심지에선 주택 구입 시 대출을 일으키지 않는 현금 구매 비중이 대폭 높아졌는데, 이는 신규 공급된 유동성보단 과거부터 누적돼온 것이 수익률을 따라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박 팀장 설명이다.
환율의 경우에도 유동성 상황보단 국내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외화보유 성량 강화 등 수급 요인이 보다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실제 지난 1~10월 중 국내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1171억달러로 과거 10년 평균(512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박 팀장은 “유동성 증가는 물가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 한·미 간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미국이 최근 3%로 높아지면서 양국 간 격차가 되레 확대된 점 등을 고려하면 물가 및 유동성은 유의한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결국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것 자체가 직접적으로 집값과 환율을 띄운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뜻이다.
박 팀장은 최근 유동성 증가세도 빠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봤다. 지난 9월 전년 동기 대비 광의통화(M2) 증가율은 8.5%로 2000년 이후부터 따진 장기평균(7.4%)을 1.1%p 상회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차례 금리 인하기와 비교해봤을 때도 이번 금리 인하기 누적 M2 증가율은 8.7%로 2012년(5.9%)보다는 크지만 2014년(10.5%), 2019년(10.8%) 대비로는 한참 낮다고도 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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