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대규모 국채 투자, 연준 등 떠밀려 금리 더 내리나
파이낸셜뉴스
2025.12.18 03:43
수정 : 2025.12.18 03: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맡겨뒀던 예치금 가운데 3500억달러를 빼서 수익률이 높은 미 국채에 투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JP모건은 이렇게 빼낸 돈을 높은 금리가 보장된 미 국채에 투자했다.
금리가 더 내리기 전에 더 높은 확정 금리를 주는 국채에 대규모 자금을 고정시킨 것이다.
JP모건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현금→국채
FT에 따르면 JP모건은 연준에 맡겨뒀던 현금을 대거 찾아 이를 국채에 투자했다.
2023년 말 4090억달러였던 JP모건의 연준 예치금 계좌 잔액은 올 3분기 630억달러로 급감했다.
현금 약 3500억달러(약 516조8400억원)를 연준 계좌에서 빼낸 것이다.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은 미 국채 매입에 들어갔다.
JP모건의 국채 보유액은 2023년 말 2310억달러에서 올 3분기 4500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금리 인하 대비
JP모건의 투자 전략 변화는 두 가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수익성 방어다.
JP모건은 연준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미 국채를 미리 사서 ‘고수익을 고정’ 해두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JP모건의 예상은 과거에도 적중하며 막대한 이득을 안겨준 적이 있다.
JP모건은 지난 2020~2021년 팬데믹 저금리 기간 장기 국채를 사들였던 다른 은행들과 달리 장기 국채를 피했고, 이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큰 이득을 봤다.
이번에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으로 2~3년 만기 중기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JP모건은 저금리 기간 국채가 보장한 안정적인 높은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고, 만기가 되면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여 가격이 올라있을 국채를 매각해 차익도 거둘 수 있다.
연준, 등 떠밀려 추가 금리 인하 나설 수도
JP모건의 자금 운용 변화는 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이 연준에서 빼내 국채에 투자한 규모는 미국 내 나머지 4000여개 은행 전체의 현금 유출입 합계보다 많다.
JP모건이 과거에도 영리한 투자 전략으로 성과를 낸 터라 따라 하려는 은행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채 수요가 높아지면서 미 국채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 같은 시중금리 하락은 다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의한 채권 전략가는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이런 대규모 자금 이동은 시장에 “금리 하락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는 강력한 확신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JP모건을 비롯한 대형 은행들의 “국채 매입이 시중금리 하락을 가속화하면 결국 연준도 시장 압력에 떠밀려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논란 완화
JP모건이 연준 예치금을 빼서 고정적인 이자 수익을 주는 국채 투자로 전환한 것은 정치권 논란을 비켜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연준은 은행들이 맡겨 둔 현금, 예치금에 이자를 주고 있고, 이 이자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JP모건의 경우 지난 한 해에만 연준 예치금 이자로 약 150억달러(약 22조원)를 받았다. 투자도 아닌 안전하게 중앙은행에 맡겨 둔 돈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JP모건 전체 순익 585억달러의 25%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랜드 폴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 일부는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연준이 대형 은행들의 돈놀이에 수천억달러 세금을 이자로 퍼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채권 투자나 기업 투자처럼 위험이 따르지도 않는 중앙은행 예치금에 이자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JP모건이 예치금을 대거 빼내 국채에 투자하면 이런 정치적 논란을 일부 비켜갈 수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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