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꿈인가요?" 11개 트로피 휩쓴 안세영, 하지만 "내년엔 더 깰 것" 공포의 선전포고
파이낸셜뉴스
2025.12.23 07:00
수정 : 2025.12.23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저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요. 이게 정말 사실일까요?"
올 시즌 전 세계 배드민턴 코트를 그야말로 '초토화'시킨 안세영(삼성생명)이 자신의 SNS에 남긴 첫마디다. 1년 동안 무려 11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셔틀콕 여제'조차 자신의 압도적인 질주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에게는 이 겸손한 소감이 오히려 더 무섭게 다가올 법하다.
그럴 만도 하다. 안세영의 2025년은 그야말로 '안세영 천하'였다. 전영오픈, 말레이시아오픈 등 굵직한 슈퍼1000 대회는 물론, 지난 21일 왕중왕전인 'BWF 월드 투어 파이널스'까지 제패했다. 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중국)조차 안세영의 '원피스 투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기록을 뜯어보면 더 비현실적이다. 안세영은 올해 77경기에 나서 단 4번 졌다. 승률은 무려 94.8%. 야구로 치면 9할 타자고, 축구로 치면 슛을 쏘면 다 들어간 셈이다. 이 승률로 그는 2019년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11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실상 '적수 없는 독주'였다.
팬들을 더욱 열광케(혹은 경쟁자들을 절망케) 한 것은 마지막 멘트였다. 안세영은 "지지해 준 팀과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 뒤, 대수롭지 않게 폭탄 발언을 던졌다.
"2026년에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더 많은 기록을 깨보고 싶습니다."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만족을 모르는 '승부사'의 본능이다. 11개의 트로피를 안고 "꿈만 같다"고 말하면서도, 시선은 벌써 더 높은 곳을 향해 칼을 갈고 있는 것이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왕중왕전 왕좌를 탈환하며 202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안세영. 과연 그가 예고한 '더 강해진 2026년'은 어떤 모습일지, 세계 배드민턴계가 긴장 속에 그의 다음 스텝을 주시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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