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GDP 4.3%의 비밀…트럼프는 ‘관세’, 지표는 의미는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미국 경제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3·4분기 경제성장률(GDP) 4.3%**를 기록하며 최근 2년 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민간소비 지출 증가와 무역수지 적자 개선 등이 큰 역할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이 관세 덕분이라고 주장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꼽히는 케빈 해싯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미국이 전 세계 금리 인하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견고한 개인소비 지출이 견인

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3·4분기 GDP 잠정치가 계절조정 기준 전 분기 대비 연율 4.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3.2%)를 웃도는 수치로, 2023년 3·4분기(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는 1·4분기 관세 부과를 앞둔 일시적인 수입 급증의 여파로 0.6% 역성장을 기록한 뒤, 2·4분기 3.8% 성장으로 반등했고 3·4분기에는 더 강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계절조정)을 연간 성장률로 환산해 GDP 통계를 발표한다.

이번 ‘깜짝 성장’의 핵심 요인은 민간소비 지출 증가다. 3·4분기 개인소비지출은 3.5% 증가해 약 1년 만에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레저용 제품과 자동차 소비가 늘었고, 해외 여행 수요도 확대됐다. 식료품, 의류·신발, 처방약 등 비내구재 소비와 의료 서비스 지출 역시 동반 증가했다.

수출 반등도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수출은 8.8% 급증해 2024년 3·4분기(8.9%)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4.7% 감소했다. 수출 증가와 수입 감소로 무역 적자가 축소되며 GDP 성장률에 1.6%p를 기여했다. 정부의 국방비 지출 증가로 정부 지출 및 총투자도 2.2% 증가했다.

바클레이즈의 경제학자 조너선 밀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3·4분기 수치가 모든 것이 양호하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지만, 경제가 버티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 덕분 성장”

예상 밖의 경제 성적표가 나오자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경제의 황금기가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금 발표된 미국의 뛰어난 경제 지표는 관세 정책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점을 문제 삼으며 연준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셧다운이라는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나온 성과”라면서도, 금융시장이 기대만큼 반응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월가의 사고방식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좋은 소식이 나오면 시장이 올랐지만, 지금은 오히려 하락한다”며 “잠재적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금리가 즉각 인상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이라며 “시장이 잘 나가고 있다면 금리를 낮출 줄 아는 연준 의장을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과 경제 엘리트들을 ‘책상물림’이라고 비판했다.

해싯 위원장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을 살펴보면 미국은 금리 인하 측면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며 “연준은 금리를 더 빠르게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붐이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에는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자형 경제 우려

다만 일부에서는 위험 요인도 지적됐다. WSJ는 상업용 건물과 공장을 포함한 비주거용 구조물에 대한 기업 지출이 감소했고, 주거용 투자 역시 2분기 연속 연율 5.1%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소득 계층별 소비 격차 문제가 거론됐다.

주로 고소득층 소비에 기반한 서비스 지출은 3.7% 증가해 전 분기(2.6%)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으며, 1·4분기(0.8%)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반면 세탁기·식기세척기 등을 포함한 내구재 소비는 1.6% 증가하는 데 그쳐 전 분기(2.3%)보다 둔화됐다.

미 중견기업 전문 회계·컨설팅사 RSM의 조 브루셀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소비자들이 낡은 제품을 교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mail]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