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한 목소리로 美 베네수엘라 봉쇄 비난...열강 대결로 번져
파이낸셜뉴스
2025.12.24 14:49
수정 : 2025.12.24 14:49기사원문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美中러 대표 격돌
中-러, 베네수엘라 편 들며 美 봉쇄 비난 "일방적 강압, 국제법 위반"
美, 해상봉쇄 옹호...마약 조직 소탕 위해 최대 수준 제재 예고
가까운 시일 내에 美 지상 작전 가능성, 금은 가격 사상 최고치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을 봉쇄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의 편을 들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은 3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봉쇄 조치가 합법이라며 베네수엘라에 최고 수준의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러, 베네수엘라 편에서 美 비난 "일방적 강압"
프랑스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중국·러시아·베네수엘라의 유엔 대표들은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입을 모아 미국을 비난했다.
같은 회의에 동석한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미국의) 봉쇄와 유조선 나포는 국제법의 핵심 규범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갈등의 종식'을 약속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계속해서 서반구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안보리 회의와 별도로 지난 22일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같은 날 성명에서 라브로프가 해당 통화에서 미국의 해상 봉쇄와 관련해 "베네수엘라 지도부와 국민에 대한 완전한 지지와 연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기 정부 당시 독재 논란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대립했던 트럼프는 올해 2기 정부를 시작하면서 다시 마두로와 충돌했다. 그는 지난 2월 베네수엘라 마약 조직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마두로가 마약 조직의 수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해군은 지난 8월부터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마약 운반선을 단속한다며 베네수엘라 선박들을 공격했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마두로 정부를 '외국테러단체'로 지정하고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을 전면 차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0일과 20일에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유조선 2척을 나포했고, 21일부터 3번째 유조선을 추적중이다. 트럼프는 22일 마두로에게 퇴진을 권하면서 나포한 선박의 석유에 대해 "팔 수도 있고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美, 제재 강화 예고하며 나포 옹호...지상전 가능성
베네수엘라 국회는 23일 특별 임시국회를 열고 '항해와 무역의 자유 보장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미국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공해상에서 해적 행위 및 봉쇄 행위를 추진하거나 지원하는 세력은 최고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날 사무엘 몬카다 베네수엘라 유엔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유조선 나포가 "국제 해역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자행한 무장 강도 행위"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베네수엘라의 마약 조직을 겨냥해 "이 반구, 우리의 이웃, 그리고 미국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초국가적인 테러리스트와 범죄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왈츠는 "마두로는 미국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는 범죄자이자 테러 조직인 마약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의 수장"이라며 "이 카르텔에 자금을 대는 데 활용되는 모든 자원을 빼앗기 위해 최대 수준의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왈츠는 "제재 대상 유조선이 마두로와 마두로 불법 정권의 주요 경제적 생명줄로 작동하는 동시에 마약 카르텔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유조선 나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보도에서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에 특수작전 항공기 등 병력을 증강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보도 전날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CV-22 오스프리 수송기 최소 10대가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캐넌 공군기지에서 카리브해 지역으로 비행했다. 같은 날 포트 스튜어트와 포트 캠벨 육군기지에서 출발한 C-17 수송기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이동했다. 해당 기지들에는 고위험 침투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들이 주둔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각료회의에서 해상 봉쇄에 이어 베네수엘라 현지에서 지상 작전을 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23일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제 금·은 가격은 WSJ 보도 직후 현물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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