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난에 항공기 엔진까지 동원…환경오염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2025.12.28 05:04
수정 : 2025.12.28 05: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기 먹는 하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 붐이 심각한 전력난으로 이어지면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이제 항공기 엔진을 활용한 자가 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효율이 낮아 비용과 대기 오염물질 배출이 기존 발전소를 압도한다.
AI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주범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데이터센터 운영 업체들이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해 항공기 엔진과 화석연료 발전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값싸고 깨끗한 대안을 기다리는 데 지쳤기 때문이다.
기존 전력망에 연결하려면 최대 7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들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자체 발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항공기 제트 엔진에 기초한 이른바 ‘항공파생(aeroderivative) 터빈’과 디젤 발전기가 데이터센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센터 옆에 항공파생 터빈이나 디젤 발전기를 설치해 여기서 나오는 전력으로 AI를 훈련하고 가동한다. 기존 전력망에 연결하지 않고, 전력을 자급하는 것이다.
항공기 엔진으로 전력 생산
전 세계 전력 생산의 25%를 책임지는 세계 최대 발전장비 업체 GE버노바는 현재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 크루소에 항공파생 터빈을 공급하고 있다. 크루소는 GE버노바에서 공급받은 터빈으로 전력을 생산해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의 미국 텍사스주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에 1기가와트(GW) 가까운 용량의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GE버노바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분사한 발전 터빈 생산업체다.
GE버노바 최고재무책임자(CFO) 켄 파크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항공파생 터빈과 소형 가스 터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GE버노바의 항공파생 터빈 주문은 올들어 3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33% 급증했다.
보잉747 엔진이 소형 발전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로에너지는 보잉 747 점보 제트기에 들어가는 CF6-80C2 엔진을 이용해 가스 터빈을 제작한다. 이 50메가와트(MW) 용량의 가스 터빈을 1GW 넘게 판매했다. 1GW가 1000MW인 점을 감안하면 약 20대를 판 것으로 보인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지원하는 항공 스타트업 붐 슈퍼소닉은 크루소에 1.2GW 용량의 터빈을 판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터빈은 항공기 엔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붐 슈퍼소닉은 밝혔다.
붐 슈퍼소닉은 항공기 엔진으로 만든 발전 터빈을 AI 데이터센터들에 납품하고 여기서 번 돈으로 항공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붐 슈퍼소닉 최고경영자(CEO) 블레이크 숄은 “3~4년 전만 해도 먼저 항공기를 만들고, 이후 에너지로 진출한다는 상상을 했다”면서 그러나 올트먼으로부터 “먼저 우리한테 뭔가를 좀 줘”라는 간절한 호소에 따라 순서를 바꿨다고 말했다.
디젤, 가스 발전기도 붐
전력에 굶주린 AI 데이터센터들은 전력 공급원을 갈구하면서 환경 오염, 기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디젤을 연료로 쓰는 발전기 사용도 확대하고 있다.
발전기 제작 업체 커민스는 올해 AI 데이터센터들에 39GW가 넘는 규모의 발전기를 판매했다. 생산 능력도 2배 가까이 확대했다.
커민스 데이터센터 부문 책임자 폴랫 카터에 따르면 과거에는 이들 발전기가 데이터센터에서 단전을 대비한 예비 전력으로 활용됐지만 지금은 점점 데이터센터 내에 자리잡은 주된 전력 공급원이 되고 있다.
환경 규제 완화
발전기는 그러나 오염물질 배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발전기가 작을수록 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각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예비 발전기를 언제 가동할 수 있는지 제한을 두고 있지만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점차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는 이른바 ‘데이터센터 앨리’가 직면한 전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들이 지금보다 더 자주 디젤 발전기를 돌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환경 보호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미 환경보호청(EPA) 역시 데이터센터들이 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자체 발전은 비용도 크게 끌어올린다. 유틸리티 업체들과 달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BNP파리바 분석에 따르면 메타플랫폼스의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인근에 자리잡고 가스 터빈을 돌려 전력을 공급할 윌리엄스 컴퍼니의 전기비는 메가와트시(MWh)당 175달러로 일반적인 산업 전기 요금의 약 두 배에 이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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