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격 하락에 베팅…한 달새 대차잔고 21조 늘며 '사상 최대'
파이낸셜뉴스
2025.12.28 13:26
수정 : 2025.12.28 13:26기사원문
26일 채권 대차잔고 182조9134억원
1개월 전보다 20조8904억원 증가
이달 들어 대차잔고 증가세 이어가며 최대치 경신
[파이낸셜뉴스] 채권 대차잔고가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투자자들이 채권의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에 무게를 둔 행보로 풀이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채권 대차잔고 금액은 182조9134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부터 채권 대차잔고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 들어 9월 29일까지만 해도 대차잔고는 줄곧 130조원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11월 들어 150조원, 160조원을 연이어 돌파했고, 12월에는 지난 5일 170조원, 23일 180조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차거래는 금융상품 현물을 미리 빌려 매도하는 거래로, 공매도 지표로 여겨진다. 통상 대차잔고 증가는 채권 가격 손실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셈이다
국고채 금리가 고점을 이어가자,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1일 연 3.101%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5년물도 11일(3.361%), 10년물은 9일(3.453%),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10일(3.383%, 3.269%)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6일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9bp(1bp=0.01%p) 오른 2.958%에 장을 마쳤다. 5년물은 3.240%, 10년물은 3.374%, 20년물은 3.358%, 30년물은 3.267%를 기록했다.
정부가 내년 1월 국고채 발행을 확대하는 만큼, 당분간 채권 시장은 약세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고채 발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국고채 16조원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달 발행 규모(5조4000억원)와 비교해 10조6000억원이나 급증한 규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고채 금리는 고점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국고채 시장에 뚜렷한 연초 효과가 없는 만큼,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2·4분기부터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라 본격적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며 "양호한 국고채 공급 계획을 고려하면 상반기 중 금리는 꾸준히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환율 하락으로 국고채 금리도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는 완만한 안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대외 금리가 하방경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의 환율 안정화 대책 이후 원화 강세 기대가 점차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수급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1월 국고채 발행을 전체의 8%로 제시하며 시장 수급 여건을 고려한 공급 조절을 시사했다"며 "연말·연초 자금 집행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완만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주 국고채 금리 밴드는 3년물 2.85~3.00%, 10년물 3.25~3.40%로 제시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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