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까지 사는 한국인, 10명 중 8명은 '만성질환'으로 사망

파이낸셜뉴스       2025.12.29 12:00   수정 : 2025.12.29 09:24기사원문
전체 진료비서 만성질환 비중 80% 넘어 고령자 1인 진료비, 평균의 2.4배로 높아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 83.7세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전체 사망의 약 80%가 만성질환으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만성질환이 개인 건강은 물론 의료재정 전반에 미치는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질병관리청은 국내 주요 만성질환의 현황과 건강위험요인을 종합 분석한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를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15년부터 축적해 온 국민건강통계, 사망원인통계, 건강보험통계, 암 등록통계, OECD·WHO 국제통계 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만성질환의 구조와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3.7세로, 2000년 이후 약 7.7세 증가했다. 남성은 80.8세, 여성은 86.6세로 각각 OECD 평균보다 2~3년 이상 높았다.

그러나 장수 이면에는 만성질환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비감염성 질환(NCD)으로 인한 사망자는 28만2716명으로 전체 사망의 78.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보다 0.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 등이 주요 사망원인으로, 상위 10대 사망원인 중 다수를 차지했다.

의료비 부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만성질환 관련 진료비는 90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0.3%에 달했다. 순환계통 질환 진료비는 14조원으로 암 진료비(10조7000억원)를 웃돌았으며, 단일 질환 기준으로는 본태성 고혈압(4조5000억원)과 2형 당뇨병(3조2000억원)이 가장 많은 진료비를 차지했다.

초고령사회 진입도 만성질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로, 공식적인 초고령사회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고령자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51만원으로, 전체 인구 평균(226만원)의 2.4배에 달했다.

주요 만성질환의 유병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20.0%로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조절률은 50.4%에 그쳤다.

당뇨병 유병률은 9.4%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혈당 조절이 되는 환자는 유병자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단기적으로 감소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증가 추세를 보였고, 비만 유병률은 37.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건강위험요인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2023년 성인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23.9%로 증가했고, 전자담배 사용률 역시 상승했다.
고위험 음주율은 지난 10년간 12~14% 수준에서 정체된 반면,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52.5%로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번 보고서는 우리나라 만성질환의 현황과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국가 차원의 기초 자료”라며 “만성질환 예방·관리 정책과 보건의료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폭넓게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맞춤형 보건정책을 강화하고, 만성질환으로 인한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해 국민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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