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2~3배 더 내” 日 국립박물관·미술관에 ‘이중가격’ 도입
파이낸셜뉴스
2025.12.29 11:23
수정 : 2025.12.29 11: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국립박물관·미술관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내국인보다 더 비싼 입장료를 적용하는 '이중가격'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는 현지인보다 2~3배 더 비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이중가격 제도 도입에 따라 늘어난 수입으로 국립박물관·미술관의 공적 자금 의존도를 낮춰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로 전환할 방침이다.
2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화청은 국립 박물관·미술관을 운영하는 독립행정법인들에게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료에 이중가격 제도 도입을 검토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문화청은 입장객 수를 늘리기 위해 개관 시간 연장과 대표 작품의 전시 기간 확대 검토도 요구한다.
현재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설 패널이나 음성 가이드 등 각종 설비에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 비용 중 일부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담하게 한다는 게 이중가격 제도 도입 취지다.
재무성에 따르면 이중가격을 도입할 경우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는 일반 요금의 2~3배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에서는 지난 202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히메지성 입장료를 둘러싸고 이중가격 제도 도입 논의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당시 효고현 히메지시는 히메지성의 보존 및 개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외국인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물러섰다. 대신 18세 이상 히메지시에 거주하는 시민이 아닌 경우에 대해 입장료를 1000엔에서 2500엔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 3월부터 도입된다.
이중가격 제도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관광국 뿐 아니라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의 타지마할은 외국인 입장료가 인도 국민의 20배 이상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경우 캄보디아 국민은 무료 입장인 반면 외국인은 1일권이 37달러(약 5만3000원)다. 이집트 피라미드 역시 자국민과 외국인 사이에 10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내년 1월부터 유럽연합(EU) 비회원국 방문객(성인)의 입장료를 현재 22유로(약 3만7160원)에서 32유로(약 5만4000원)로 인상하고 EU 방문객에게는 현행 가격을 유지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중가격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제공되는 서비스나 콘텐츠는 동일한데 이용자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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