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극장' 자리잡은 세종문화회관… K공연 르네상스 이끈다

파이낸셜뉴스       2025.12.29 18:31   수정 : 2025.12.29 18:30기사원문
서울시예술단 중심 창작 역량 계발
연극·뮤지컬·무용 전 장르 활성화
'일무' 美 뉴욕서 전 회차 매진 기록
'다시, 봄''퉁소소리' 작품성 입증
팝업 등 '경험형 극장'으로 재설계
주말 2만명 발길 유료관객도 늘어
'업계경력 40년' 안호상 사장 비전
AI·OTT에 버금가는 콘텐츠 제작
헤리티지 키워 K컬처 허브 만들것

세종문화회관이 '제작극장' 전환 4년 만에 레퍼토리 극장으로의 체질 개선을 마무리하고, 서울 도심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무' '퉁소소리' '다시, 봄' 등 공연 흥행은 물론이고 내·외부 공간을 적극 개방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인 결과다. 평균 1일 1만명, 연간 312만명이 찾으면서 '아바타: 불과 재' 체험존 등 팝업·체험 콘텐츠의 거점으로도 부상했다.

특히 중앙계단 등 부대시설을 활용한 공간 협찬이 늘면서 협찬 수입이 역대 최대인 16억원을 기록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29일 "문화예술의 중심축이 아시아, 그중에서도 서울로 옮겨오고 있다"며 "예전엔 해외 극장을 보며 배웠지만 최근엔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갈 때"라고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하루 1만명 방문, 핫플레이스 부상

세종문화회관은 안 사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2022년 '제작극장' 체제를 선언한 이후 서울시예술단을 중심으로 창·제작 역량을 축적해 왔다. 그 결과 연극·뮤지컬·오페라·국악·무용·발레 등 전 장르에서 지난 4년간 131편의 예술단 작품 중 약 20%에 해당하는 28편을 레퍼토리로 선정해 재공연했다.

뉴욕 링컨센터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일무'는 뉴욕 무용계의 권위 있는 상인 베시 어워드에 후보 지명되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다시, 봄'은 세종문화회관 최초로 IP가 판매돼 지역 문화회관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만들어졌으며 '퉁소소리'는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레퍼토리 경쟁력을 입증했다. 또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깬 실험적 무대 '싱크넥스트'는 세종의 대표 공연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서울시발레단은 창단 1년 만에 '컨템퍼러리 발레'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안 사장은 "초청·기획 공연에서 벗어나 산하 예술단 작품이 세종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것이 지난 4년간 가장 큰 변화"라며 "2026년에는 27편의 작품 중 17편이 레퍼토리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레퍼토리는 단순 재공연이 아니라, 극장이 축적하는 헤리티지"라며 "좋은 작품은 다듬어서 계속 끌고 가고, 신작은 더 집중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세종문화회관의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주말 방문객은 일일 방문객의 2배가 넘는 2만1000명 규모, 유료 관객 수는 2024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올해 처음 개최한 '아츠 굿즈 페스티벌'에는 단 이틀간 1만명의 관객이 찾아 약 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조기 예매율도 크게 증가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해 공연계 최초로 도입한 구독 서비스도 영향을 미쳤다.

세종문화회관의 변화는 일찍이 관객을 대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됐다. 취임 직후 DX팀을 신설한 그는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탐구했다. 단순한 마케팅팀이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해 팝업·굿즈·야외 프로그램 등 '경험하는 극장'을 설계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누워 음악을 체험하는 리스닝 스테이지 등 '세종 인스피레이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안 사장은 "한국 관객은 뜨겁고 치열하다"며 "이 관객의 눈높이가 우리 콘텐츠를 키웠다"고 강조했다.



■"관광객 1%만"…K컬처 허브 비전

문화예술계 경력 40년이 넘는 안 사장은 그동안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 서울문화재단 대표, 국립극장장을 거쳤다.

그는 "주변의 변화와 흐름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라며 "지금 벌어지는 일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이 현상이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지 계속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과 경제 침체 여파로 활기를 잃어가는 서구 공연계와 달리 한국 관객은 여전히 뜨겁고 국내 창작물에 관심이 집중한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안 사장은 "국립극장 시절 창극과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관객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봤다"며 "그 결과 창극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고, 그 과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문화재단에 있으면서 계층·환경에 따라 방식은 달라도 문화예술을 향유하려는 욕구는 모두에게 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제작극장 정책을 밀어붙인 이유도 연장선상에 있다.

안 사장은 "우리 예술단, 우리 시스템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우리가 하는 일이 '업(業)'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고 싶었다. 그것이 조직을 하나로 묶는 힘"이라고 평했다.

세종문화회관은 2026년을 위한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K컬처의 허브 △경험하는 극장 △ 시민이 만드는 극장을 제시했다. 이중 새롭게 조성하는 옥상정원은 광화문의 또 다른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 사장은 "광화문을 찾는 관광객의 1%만 세종으로 들어와도 엄청난 숫자"라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극장 하우스 투어 프로그램 등을 새롭게 도입한다"고 예고했다. 특히 공연장의 본질은 AI·OTT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한국 예술가를 중심에 세우고, 관객의 체험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극장의 역할을 재정의하겠다"며 "공연예술의 미래를 선도하는 K컬처 허브로 세종을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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