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명 반대 서명 와중에" 에스파 닝닝, 홍백가합전 불참 왜?
파이낸셜뉴스
2025.12.30 06:00
수정 : 2025.12.30 06:00기사원문
NHK-SM엔터, 중국인 멤버 닝닝 불참 발표
SM엔터 "독감 진단 받아..세 명 멤버만 출연"
2022년 SNS 글 재조명에 14.5만명 '출연 반대 서명'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걸그룹 에스파의 중국인 멤버 닝닝이 일본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불참한다.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진단을 받아 나머지 세 명의 멤버만 출연하기로 했다. 이번 불참 결정은 닝닝이 3년 전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두고 일본에서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3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NHK는 지난 29일 홍백가합전 공식 홈페이지에 "제76회 NHK홍백가합전에 출연 예정인 에스파는 멤버 닝닝의 컨디션 불량으로 닝닝을 제외한 멤버 3명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홍백가합전은 매년 12월 31일 NHK에서 방송되는 일본의 대표 연말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는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스타로 여겨진다.
에스파의 일본인 멤버 지젤은 홍백가합전 출연 결정이 내려진 뒤 NHK에 "에스파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홍백가합전 무대에 설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스파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자 닝닝이 과거 SNS에 남긴 게시물이 재조명됐다. 닝닝은 지난 2022년 5월 팬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버섯구름 모양의 램프 사진과 함께 "귀여운 조명을 샀어. 어때?"라는 글을 올렸다.
이 램프 모양이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원폭 때 버섯구름을 연상시킨다며 "피폭 피해자들을 모욕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일중 관계가 악화하자 에스파 출연 정지 서명 운동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서 '에스파의 홍백 출연 정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는 서명 운동에 이날 오후 11시 10분 기준 14만5983명이 참여했다.
서명 운동 청원 글은 닝닝의 SNS 게시물에 대해 "원폭은 인류가 경험한 가장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라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벼운 행동을 한 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뿐 아니라 평화를 바라는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이어 "홍백가합전이라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대에 에스파의 출연을 허가하면 이런 행동을 허용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며 "에스파의 홍백 출연을 정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이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재검토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치권도 에스파 출연을 문제 삼았다. 일본유신회의 이시이 미쓰코 의원은 지난 2일 참의원(상원) 총무위원회 회의에서 야마나 히로오 NHK 전무이사에게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 중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이 10만 명을 넘었다. 이 그룹의 출연을 어떤 판단과 정리 과정을 통해 결정했나"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야마나 전무이사는 "해당 멤버에게 원자폭탄 피해를 경시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소속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출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8월 6일과 9일 각각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했고 일본은 엿새 만에 항복했다. 당시 원폭 투하로 그 해 12월까지 21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인 사망자만 약 5만 명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이라는 점에서 닝닝의 게시물은 다시금 주목 받았다. 올해 홍백가합전의 주요 테마 중 하나도 전후(패전) 80주년이다. 사회를 맡은 배우 아야세 하루카와 개그맨 겸 MC 아리요시 히로이키 모두 히로시마 출신이다.
한편 SM엔터는 닝닝의 게시물에는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SM엔터는 "닝닝의 게시물은 특정한 목적이나 의도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여러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면서 "향후 더욱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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