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경쟁서 美 앞서지만… 트럼프, 중국에 ‘쿼터백’ 넘겼나

파이낸셜뉴스       2025.12.30 04:35   수정 : 2025.12.30 04: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을 미식 축구와 비교하면 지금 상황이 어떨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중 AI 패권 전쟁을 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미식축구 점수로 분석했다. 전반전 스코어는 미국의 리드하고 있지만 최근 위험 부담이 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구형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AI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0 칩을 판매하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온 기존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한 조치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쟁국에 스타 선수를 넘겨줬다"는 비판이 제기된 반면 지지층에서는 중국을 장기적으로 묶어두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전문가들 "전반전 스코어는 美 24, 中 18"


WSJ가 국가안보·산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미·중 AI 경쟁 구도를 점수로 환산한 결과, 전반전 기준 평균 평가는 미국 24, 중국 18로 나타났다. 다만 격차의 크기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칩 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AI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 뿐"이라며 24대12의 여유 있는 리드로 평가했다. 반면 싱가포르의 IDC의 디피카 기리 책임연구원은 "첨단 AI 칩은 미국이 압도하지만, 중국은 챗봇과 오픈소스 혁신에서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며 21대19의 박빙 승부로 봤다.

전문가들은 전력망, 반도체 공급망, 소프트웨어, 인재 풀까지 종합해 점수를 매겼으며 핵심 변수로는 칩과 챗봇을 꼽았다.



칩은 '쿼터백'… 트럼프의 승부수


전문가들은 AI 경쟁에서 칩을 쿼터백에 비유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H200 수출 허용은 1993년 미식축구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가 전설적인 쿼터백 조 몬태나를 트레이드한 결정에 빗대 설명된다.

H200은 2024년 중반 출시된 칩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칩보다 한 세대 뒤처진 제품이다. 다만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H200은 중국의 칩 대표 주자인 화웨이의 최고 모델보다 비용 효율은 16%, 성능은 32% 더 뛰어난 수준이다. 화웨이 칩은 제조 병목으로 공급이 제한적이고 안정성 문제도 지적된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측면에서 여전히 압도적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내년 블랙웰 기준 690만 개에 해당하는 연산 능력을 생산할 수 있어, 중국의 40배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H200의 중국 판매가 본격화될 경우 미국의 컴퓨팅 파워 우위는 7배 미만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안보 강경파들은 "노쇠한 몬태나라 해도 중국이 키운 어떤 쿼터백보다 낫다"며 기술 유출 위험을 우려한다. 반면 엔비디아 측은 "미국 고객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컴퓨팅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칩이 쿼터백이라면 챗봇은 리시버다. 완성된 연산 능력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역할이다. 글로벌 챗봇 순위표인 LMArena에 따르면 한때 구글, xAI, 앤스로픽, 오픈AI 등 미국 기업 4곳의 챗봇이 상위 20위를 싹쓸이했다.


다만 상위 30위권에는 알리바바, 바이두, 그리고 신흥 강자 딥시크(DeepSeek) 등 중국 기업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딥시크는 올해 초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엔비디아 칩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챗봇을 구현하며, 시장에 1조 달러 규모의 변동성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직 엔비디아 출신 AI 기업가 배럿 우드사이드는 "중국 기업들은 열세인 하드웨어를 만회하기 위해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학습 속도를 높여왔다"며 "문제는 이들이 더 많은, 더 좋은 하드웨어를 확보했을 때"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H200 수출 허용은 중국에 새로운 쿼터백을 쥐여주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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