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000건 유출로 축소한 자체 조사에 기만적 보상...국회 집중 추궁
파이낸셜뉴스
2025.12.30 16:20
수정 : 2025.12.30 16:27기사원문
이날 과방위 등 6개 상임위 참여한 쿠팡 청문회 열려
자체 조사 비판 잇따르자 쿠팡 "정부 지시 따른 것"
과기부총리 "정부 지시 없었고 '3300만건 이상' 유출"
탈팡 막는 5만원 쿠폰 보상 지적...추가 보상 없을 듯
철저한 과징금 부과 필요성 강조돼..."엄격히 조사"
민주당, 국정조사 추진·김범석 고발 필요성 강조해
[파이낸셜뉴스]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파악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도 쿠팡과 정부·국회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3000건으로 발표한데 대해 정부는 '3300만건 이상 유출'이라는 입장이다. 쿠팡이 전날 내놓은 총 5만원 쿠폰을 통한 보상안에 대해선 판촉 행사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이번 보상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맞받았다. 김범석 쿠팡Inc 대표 불출석에 대해 국회는 고발 조치를 검토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쿠팡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까지 공식화했다.
30일 국회에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정무위·국토교통위·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기획재정위·외교통일위 등 총 6개 상임위가 참여하는 쿠팡 연석 청문회가 열렸다. 쿠팡은 지난 25일 자체 조사를 통해 "유출자는 3300만 고객 계정의 기본적인 고객 정보에 접근했지만 실제 저장한 것은 3000개 계정의 고객 정보다. 이 역시 모두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최근 쿠팡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한국 정부 지시에 따른 것이며 자체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꾸준히 한국 정부와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는 "정부 공식 조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및 경찰청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쿠팡이 합의되지 않은 조사를 사전 발표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3000건이 아닌 '3300만건 이상' 유출이 맞다. (쿠팡 관련 대통령실 회의가 있기 30분 전 발표한 것은) 지극히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현정 의원 "보상안은 기만적 판촉행사"
쿠팡이 전날 발표한 총 5만원 규모의 보상책은 소비자 입장에서 실질적 보상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보상안 5만원 중 4만원은 국민들이 잘 쓰지도 않는 알럭스(2만원)와 쿠팡 트래블(2만원)"이라며 "알럭스에서 파는 최저가 상품도 3만원을 넘는다. 피해 구제를 빙자해 비인기 서비스를 홍보하고 오히려 돈을 더 쓰게 만드는 기만적인 판촉 행사"라고 꼬집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쿠폰 보상은 미국의 집단소송 공정화법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그것은 집단소송의 경우고 우리는 '자발적' 보상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이번 보상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에 대한 철저한 과징금 부과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현정 의원은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에게 "최근 통과된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의 고의 및 중과실이 있는 경우 과징금 감액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번 사고가 쿠팡의 중과실에서 비롯된 것을 동의하냐"고 물었다. 송경희 개보위원장은 "상당히 심각한 과실이라고 생각하며 철저히 조사 중"이라며 "모든 요소를 엄격히 고려해 과징금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범석 의장' 정조준...고발 및 국정조사까지 추진
이날 연석 청문회와 임시 국회에선 불출석한 김범석 쿠팡Inc 대표에 대한 고발이 논의되는 한편 쿠팡에 대한 국정조사도 거론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쿠팡 전현직 임원 등 13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동생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시작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김 의장이 출석을 회피하는 태도는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라며 "김 의장이 출석할 때까지 추가 출석 요구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고발 등 법적 절차를 단호히 취해달라"고 과방위원장에게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오늘도 청문회에 불출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사과문 한 장으로, 국회 업무를 맡는 직원을 늘리면서 눈가림 수준의 보상책으로 상황을 모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현정 의원은 이날 의원 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를 오늘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향후 국민의 힘과 협의해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kaya@fnnews.com 최혜림 김형구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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