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긁을수록 수익성 줄어… 내년 출구전략마저 불투명

파이낸셜뉴스       2025.12.30 18:08   수정 : 2025.12.30 18:33기사원문
(3·끝) 카드
3분기 승인금액 5~6% 늘었지만
당기순익 작년보다 17% 역성장
수수료율 인하·대출 규제 이중고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도 지연



2025년은 카드사들에 혹독했다. 늘어나는 카드 사용에도 수익성은 저하되며 씁쓸하기만 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카드론 위축 등이 겹치며 본업과 부업 모두 구조적 난관에 갇혔다.

새로운 먹거리로 노리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법적 토대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카드 많이 긁히는데…' 쓴웃음

30일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승인금액은 각각 254조4000억원, 68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 5.4% 증가했다. 승인건수 역시 각각 3.1%, 5.6% 늘어난 46억5000만건, 29억5000만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실적은 부진한 모습이다. 3·4분기 말까지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현대·우리·하나·롯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77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1355억원)보다 17% 이상 빠졌다. 평균 영업이익률과 총자산이익률(ROA)도 이때 2.1%에서 1.7%, 1.6%에서 1.3%로 각각 하락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 요구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해 최대 0.1%p 낮아짐에 따라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산정 제도 도입 이후 2007년 최대 4.5% 수준이었던 가맹점 수수료율은 우대수수료율 기준 0.4~1.45% 구간으로 내려왔다.

대안으로 삼은 카드론 성장에도 제약이 걸렸다. 6·27 가계부채 관리대책에서 카드론이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범위에 포함되면서 영업 조건이 크게 악화됐다. 실제 6월부터 9월까지 잔액은 연속 감소했다.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제한된 점도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노효선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카드대출 성장은 제약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 중·저신용자 상환능력 약화 등에 따라 사업에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붉은 말의 해엔 도약할까

카드업계 부진이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 의한 것인 만큼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전업카드사 기준 지난 1·4분기 말 대출자산 연체율은 2.3%를 가리키며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2·4분기엔 2.4%로 더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2024년 이후 카드론 신규차주에서 저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고, 평균 소득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며 "카드론 차주의 경기민감도와 취약성이 동반 상승한 가운데 내수회복 지연 등으로 소득여건이 나빠지면서 연체가 차츰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올해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체계 확립도 과제다. 영업정지, 대규모 과징금 부과 등에 더해 이용자 이탈로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카드론 대신 DSR 규제에서 비켜나 있는 개인사업자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고, 재편이 진행 중인 상업자전용신용카드(PLCC)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후자는 현대카드를 중심으로 형성됐으나 올해가 5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어서 내년부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발행주체로 나서고, 결제망을 통해 생태계 조성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한은이 발행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이 주장이 반영되면 카드사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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