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한중정상회담, 엉킨 양국 관계 실타래 풀어야

파이낸셜뉴스       2025.12.30 19:16   수정 : 2025.12.30 19:16기사원문
1월 4일 국빈방문, 공급망 등 논의
서비스·투자시장 등 협력 확대하길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1월 4∼7일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정상은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의 전면적 복원 흐름을 공고히 하는 한편 공급망 투자, 디지털경제, 초국가 범죄 대응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것은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두 달 만이다. 양국 정상이 짧은 간격을 두고 다시 만나는 것은 최근 한중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역대 정권에서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의 대외정책 기조와 미중 관계에 연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 초반 양국은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강화했지만 사드 배치 이후 정상회담은 사실상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이른바 '혼밥' 논란까지 겹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양국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었다가 현 정부 들어 다시 개선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

현재 한중 양국 간에는 시급하고도 민감한 정치·외교적 현안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가장 민감한 의제는 북핵 문제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술핵 능력을 고도화하며 '레드라인'에 근접했다.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문제는 북핵 억제를 위한 자위적 선택이지만, 중국은 이를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정부는 핵잠 논의의 목적이 오직 북핵 억제와 지역 안정에 있음을 분명히 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해야 한다.

서해 구조물 문제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중국이 잠정조치수역 인근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태는 남중국해에서 반복돼 온 '점진적 주권 확장' 전략과 닮아 있다. 이러한 행태는 일회성 국지적 분쟁이 아니라 역내 해양질서와 국제규범을 흔드는 사안이다. 주권 수호 차원에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분명히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당장 가시적인 합의가 힘든 외교·안보 분야와 달리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경제 분야에서는 정상회담의 실질적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급증했던 교역은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고, 대중 무역적자는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기술 수준은 더 이상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던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물건만 팔아서는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 만큼 서비스와 투자시장 등으로 경협의 지평을 넓혀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해야 한다.

한중 정상의 만남은 더 이상 양자 관계에만 머물지 않고 동북아 질서와 미중 관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이벤트다.
한중 정상 간의 정례적 소통은 북핵 문제, 공급망 재편, 해양질서 등에서 갈등이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핵과 해양질서 등 핵심 사안에서는 국익의 마지노선을 분명히 지키는 한편, 교역·투자·서비스 분야에서는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는 실용외교의 역량을 보여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의 성패는 원칙과 실리를 균형 있게 결합해 내는 정부의 외교적 판단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