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이나 놓던 놈이" 비웃음이 쏘아 올린 이정효의 반란... 수원은 국대·유럽으로 향할 최종테스트다

파이낸셜뉴스       2025.12.31 19:00   수정 : 2025.12.31 19:00기사원문
'비주류' 설움 딛고 실력으로 증명한 이정효, 명가 재건 특명
홍정호 등 대어급 영입... 이정효라는 '이름값'이 움직인 수원
빅클럽 수원은 이정효가 국대·유럽으로 향할 '최종 테스트'



[파이낸셜뉴스] "내 밑에서 콘이나 놓고 하던 놈이 많이 컸다."

한 축구계 관계자가 이정효 감독을 두고 내뱉었다는 이 말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이정효 신드롬'을 설명하는 가장 완벽한 문장이 됐다. 화려한 선수 경력도, 소위 말하는 '라인'도 없던 비주류 지도자. 그가 겪었을 무시와 설움이 응축된 저 한마디는 이제 K리그 판을 뒤흔드는 거대한 에너지로 치환되고 있다.

K리그2(2부 리그)로 추락한 명가, 수원 삼성이 선택한 최후의 승부수는 바로 이 '독기 품은 천재' 이정효였다.

이정효 효과는 그가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 입성하기도 전에 증명됐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홍정호의 영입이다. K리그1 우승팀의 주장이자 베스트11에 선정된 그가 2부 리그 팀으로 이적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하지만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건 이정효 감독의 진심, 그리고 그의 전술적 역량에 대한 선수들의 무한한 신뢰였다. "수원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이 감독의 전화 한 통에 홍정호는 주저 없이 짐을 쌌다.



과거 수원이 '돈'으로 선수를 사모으던 구단이었다면, 지금은 '이정효의 축구'를 배우고 싶어 선수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구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젊은 유망주부터 베테랑까지, "이정효 감독님이 정말 오시는 게 맞냐"며 역제안을 해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수원이 잃어버렸던 '위닝 멘탈리티'를 되찾을 가장 확실한 신호다.

광주 FC 시절, 이정효 감독은 열악한 재정 지원 속에서도 팀을 승격시키고, ACL 엘리트 8강이라는 기적을 썼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의구심을 보냈다. "빅클럽의 압박감을 견딜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었다.

그래서 이번 수원행은 이정효 감독 개인에게도 축구 인생을 건 도박이자 기회다. 수원은 K리그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때로는 가장 가혹한 팬덤을 보유한 '빅클럽'이다.



이곳에서의 성공은 곧 그가 가진 한계를 완전히 깨부수는 것을 의미한다. 든든한 지원과 최고의 인프라가 갖춰진 수원에서 성적을 낸다면, 이정효의 다음 목적지는 K리그를 넘어설 것이 자명하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령탑, 혹은 유럽 무대 진출. 수원은 그가 '월드 클래스' 지도자로 도약하기 위한 최종 테스트인 셈이다.

그를 향해 "콘이나 놓던 놈"이라고 비아냥거렸던 이들은 이제 긴장해야 한다. 그 '콘 놓던 놈'이 K리그에서 가장 거대하고 날카로운 칼, 수원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이정효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조건보다는 '구단의 진심'과 '존중'을 이야기했다. 편견에 맞서 오직 실력 하나로 살아남은 야생마가,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을 만났을 때 어떤 폭발력을 보여주는지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봐왔다.


수원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정효라는 불꽃이 수원이라는 거대한 화약고에 옮겨붙었다. 2026시즌, K리그는 이 '비주류의 반란'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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