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이 배구의 신 신치용이라니..." 박철우 감독대행, 혈통부터 다른 우승 DNA 통할까

파이낸셜뉴스       2025.12.30 23:08   수정 : 2025.12.30 23:08기사원문
성적 부진 파에스 감독 경질, '초보' 박철우에게 지휘봉… 8개월 만의 초고속 승격
V-리그 최다 우승 신치용 전 감독의 사위… '우승 청부사'의 리더십 재현 기대감
현역 시절 검증된 '형님 리더십', 1월 2일 OK저축은행전 데뷔



[파이낸셜뉴스] "운명일까, 아니면 준비된 기회일까."

V-리그의 레전드 박철우(40)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프로팀 감독(대행)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과 결별하고, 박철우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30일 "분위기 쇄신을 위해 파에스 감독과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히며 "박철우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이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현역 은퇴와 동시에 코치로 부임한 박 대행으로서는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이다.

배구계는 이번 인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박 대행의 '특별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V-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명장, 신치용 전 감독의 사위다. 2011년 신 감독의 딸 신혜인 씨와 결혼한 그는 '우승 제조기'인 장인의 배구 철학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공유해 온 인물이다.

팬들은 위기에 빠진 우리카드에서 박 대행이 장인의 '우승 DNA'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치용 전 감독은 특유의 관리 배구와 끈끈한 조직력으로 삼성화재 왕조를 구축했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비록 박 대행이 지도자 경험은 일천하지만, 현역 시절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승부사 기질과 장인에게서 보고 배운 노하우가 위기의 팀을 수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운도 실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치 1년 차에 감독 지휘봉을 잡는 것은 흔치 않은 행운이지만, 그가 현역 시절 보여준 성실함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회였다는 것이다. 박 대행은 선수 시절 화려한 기록(통산 5000득점, 서브 350개 성공 등) 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따뜻하게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코트 안팎에서 존경받는 선배였다.


박철우 대행은 구단을 통해 "팀이 어려울 때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라며 "선수들과 하나 된 마음으로 근성 있고 끈기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근성과 끈기'는 공교롭게도 그의 장인 신치용 전 감독이 늘 강조하던 덕목이기도 하다.

이제 막 지도자로서 첫발을 뗀 박철우. 과연 그는 '레전드 선수'를 넘어 '명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장인의 후광을 넘어 자신만의 배구를 증명해야 할 시험대가 1월 2일 OK저축은행전에서 펼쳐진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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