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비용은 어떻게 감당하나…"재원 없는 확장재정 한계"
뉴시스
2026.01.01 07:05
수정 : 2026.01.01 07:05기사원문
새해에도 '확장 재정' 기조 속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부채 가속도 위험 수준…증세·지출개혁 미뤄선 안돼"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저출생·고령화와 산업 대전환이라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과제 앞에 정부가 올해도 '확장 재정' 카드를 꺼내든다.
재정을 투입해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겠다는 명분인데, 재원 확보에 대한 대안이 부재해 향후 국가 부채 증가 속도는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연간 100조원 넘는 적자…2029년엔 부채비율 60% 육박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당분간 확장재정 정책을 써야 함을 피력했다. 올해 예산부터 추산해보면 연간 재정지출 규모의 15%가량은 적자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지출은 올해 727조9000억원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7조8000억원이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3.9%로 통상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는 3%를 웃돈다.
확장 재정 기조를 선언한 이재명 정부의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5.5%로 추산된다.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임기 말인 2029년엔 총지출 규모가 834조7000억원으로 늘어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24조9000억원까지 확대된다.
국가채무 역시 가파르게 늘어난다. 매년 나라빚이 100조원이 넘게 늘면서 국가채무는 올해 1413조8000억원에서 2029년 1788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D1)은 51.6%에서 2029년 60%에 근접한 58.0%로 높아진다. 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빚을 더한 일반정부 부채(D2)는 통상 4~6%포인트(p) 더 높다.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의 경우, D2의 비율이 60%에 근접하면 재정 건전성에 완충지대가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이 고령화 속도가 빠른만큼 복지지출 증가세로 부채가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제언한 바 있다.
◆재정 적자 메울 방안 부재…국채 의존 구조 고착화
문제는 재정 적자를 메꾸는 방안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금 여력은 사실상 소진됐고, 적자의 대부분이 국채 발행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규모 재정 적자가 고착화를 넘어 가속화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확장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재정을 확장하려면 경기 침체라는 분명한 전제와 나중에 빚을 갚을 수 있는 성장 경로가 함께 있어야 한다"며 "현재 한국 경제는 재정 확장을 정당화할 정도의 침체 국면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추경과 적자국채 확대만으로는 대전환 과제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복지성·이전 지출은 한 번 늘어나면 되돌리기 어렵고, 재정 적자를 구조적으로 고착시킬 수 있다. 강 교수는 "복지는 중요하지만 매년 반복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성격이어서 재정 구조를 경직시키는 요인"이라며 "이미 매년 100조원 안팎의 적자가 나는 구조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증세·지출개혁 함께 가야"…설계 없는 확장은 한계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지출의 정상화와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입도 확충한 증권거래세·교육세 등과 같은 단편적인 증세나 일회성 조치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매년 100조원 안팎의 적자가 나는 구조에서는 어느 정부도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부가가치세처럼 세원이 넓고 안정적인 세목에 대한 보편적 증세 논의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정도 구조개혁의 대상"이라며 "재량지출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점검하고, 의무지출은 감당 가능한 경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소득 과세와 유류·담배세 등 교정적 과세의 정상화가 선행돼야 조세 정의를 바탕으로 한 증세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세 논의는 조세저항이 큰 만큼 명확한 재정 전략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인 경기 대응이나 민생 지원을 이유로 재정을 계속 확대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어떤 재정을 어떤 미래를 위해 쓰겠다는 중장기 설계 없이 지출만 늘릴 경우, 대전환의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도 "정부 지출을 늘려 성장을 만들고 그 결과로 재정 부담을 상쇄하겠다는 논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재정은 방향과 우선순위가 명확할 때 의미가 있는데, 지금은 구조개혁과 민간 활력 제고에 대한 설계 없이 재정만 앞서 나가고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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