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문턱 낮아진 키트루다의 역설 '非 키트루다' 시장 더 커진다
파이낸셜뉴스
2026.01.01 14:04
수정 : 2026.01.01 14:04기사원문
확 늘어난 '키트루다' 보장성의 역설 키트루다 불응성 환자 대상 시장 성장 ADC·다중항체·TPD에 대한 주목도↑
[파이낸셜뉴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건강보험 보장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키트루다에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중 내성이 발생하는 환자군을 겨냥한 이른바 ‘포스트 키트루다’ 시장에 대한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키트루다주의 급여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비소세포폐암 등 4개 암종에 한정됐던 급여 적용이 두경부암, 위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등 9개 암종, 17개 치료 요법으로 넓어졌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해당 암종에서 급여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의 연간 약제비 부담이 기존 약 7300만원 수준에서 300만원대까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 면역항암제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키트루다 투여 환자 수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장성 확대의 이면…‘불응 환자’도 는다
하지만 키트루다의 사용이 확대될수록 또 다른 과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특성상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초기부터 키트루다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와, 치료 도중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가 일정 비율로 존재한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실제로 한 항암제 개발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반응을 하는 환자에게 키트루다의 효과성은 매우 높지만 70%의 환자에게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며 “현재 키트루다 병용 임상이 많은 것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키트루다 급여 확대가 곧 ‘키트루다 불응·내성 환자군’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즉, 표준 치료제로서의 키트루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다음 치료 옵션을 찾는 시장 역시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기업들은 이미 ‘포스트 키트루다’를 겨냥한 차세대 항암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트루다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또는 키트루다와 병용해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불응성 잡는 ADC·다중항체에 쏠리는 시선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다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등이다. 이들 기술은 기존 면역항암제가 공략하지 못한 경로를 차단하거나, 암세포에 보다 정밀하게 약물을 전달함으로써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다중항체는 하나의 약물로 복수의 면역 타깃을 동시에 조절해 암세포의 회피 전략을 봉쇄하는 방식이다. ADC는 항체의 선택성과 항암제의 강력한 세포독성을 결합해, 면역항암제 불응 환자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TPD는 암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을 완전히 분해하고 제거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차세대 신약 기술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들이 체결하는 대형 기술수출 계약 상당수는 키트루다 병용 또는 내성 환자 타깃 파이프라인에 집중되고 있다.
키트루다 급여 확대는 ‘바이오베터’ 시장 확대에도 불을 붙일 전망이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항암제보다 효능을 높이거나 독성을 낮춘 개량 신약으로, 고가 항암제의 급여 적용이 늘어날수록 비용 효과성을 앞세운 대안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정심 결정으로 키트루다는 명실상부한 표준 치료제로서 입지를 더 공고히 하게 됐다”며 “동시에 키트루다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가 향후 항암 시장의 핵심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