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권 대신 이사비 달라" 매매시장 '웃돈 요구' 횡행
파이낸셜뉴스
2026.01.04 18:20
수정 : 2026.01.04 19:19기사원문
임차인 퇴거 조건으로 현금 지급 확산
이사비 700만~3000만원까지 치솟아
대출규제 강화, 시장 왜곡 부추길 우려
#. 서울 동대문구의 A씨는 최근 송파구 아파트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전세를 내준 기존 집을 세입자 없는 조건으로 매도해야 자금 마련이 가능했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사정을 설명하자 세입자는 이사비로 1500만원을 요구했고, 협의 끝에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는 전월세 임차인의 갱신청구권이 거래 성사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세입자가 버티면 집주인이나 매수인 모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다. 때문에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의 웃돈을 지급하고 퇴거를 유도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갱신청구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지급되는 지역별로 700만~3000만원 수준(공개된 사례 기준)으로, 강남3구 등 핵심지일수록 부담이 크다.
실제로 A씨가 알아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역시 세입자가 거주 중이었는데 매도인이 퇴거 가능 여부를 묻자 갱신청구권을 안 쓰는 대신 이사비로 25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집 주인은 이사비를 매수자가 전액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가 결국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A씨는 "매 단계마다 예상하지 못한 돈이 튀어나와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매도·매수자와 세입자 사이에서 이사비 부담의 주체를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거래는 갈수록 길고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갱신청구권 행사 감소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1만8085건 가운데 갱신청구권이 실제로 사용된 계약은 3366건이다. 전체의 약 18.6%를 차지한 것으로 전월의 21.0% 보다 낮아졌다. 갱신권리 포기를 전제로 금전 합의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규제와 동시에 작용하면서 의도와 다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갱신청구권을 둘러싼 이사비 지급 사안은 개인 간 합의 영역으로 법적 문제는 없다"면서도 "임대차 제도 변화로 협상 구도가 달라지면서, 매매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비용이 거래 조건으로 반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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