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잃어버린 시간

파이낸셜뉴스       2026.01.04 20:01   수정 : 2026.01.04 20:01기사원문

"테슬라와 5년은 벌어져 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얘기만 나오면 모두 입을 모은다. 국내 완성차 종사자부터 자동차협회 관계자까지, 자율주행 수준에 관해 비슷한 숫자가 돌아온다.

부분 자율주행(레벨2) 수준임에도 테슬라의 FSD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한 설명이 함께 붙는다.

'5년'이라는 차이는 엄밀한 기술 완성도이자 일종의 체감 격차다. 잦은 무선업데이트(OTA)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을 계속 올리는 테슬라는 북미·캐나다에서의 실제 주행 데이터 수억㎞를 바탕으로 달리면서 동시에 진화하고 있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람의 감독이 불필요한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도 양산하고, 완전 자동화(레벨5) 시대로 전환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반면 현대차는 상용화 작업이 수차례 미뤄진 탓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다"는 업계의 인식을 키웠다. 당초 2022년부터 양산차에 레벨3 자율주행을 적용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2028년에나 자율주행 상용화 계획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국내 규제 영향으로 상용화에 걸림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전략이 구체적인 서비스보다 선언적 목표에 머무는 동안 소비자의 눈높이는 점점 더 테슬라로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이 이제 개별 차량 기술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데이터·반도체·클라우드·서비스를 한번에 엮어내야 하는 총력전임을 고려할 때 5년의 격차는 무겁게 다가온다. 국내 대표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는 같은 규제환경 안에서도 자율주행을 과감하게 해석하고, 빠르게 조직을 쇄신해 투자를 밀어붙여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도 그룹의 자율주행 컨트롤타워가 비어 있다는 사실은 간극을 더 벌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플랫폼 전략을 총괄하던 송창현 사장은 자율주행과 SDV 전환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사퇴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를 단행했으나 여전히 송 사장의 후임 인선은 정해지지 않았다.


숙고를 거듭하는 동안 조직개편과 투자 방향이 '대기 상태'에 들어가면서 5년이라는 격차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과감한 결단보다 주저함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테슬라와의 격차가 단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테슬라와 5년은 벌어져 있다"는 말의 함의는 "현대차가 그 5년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인지도 모른다.

eastcold@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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