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점도 사치였다" 대한항공 짓누른 현대캐피탈의 무서운 화력... V리그 판도가 뒤집혔다

파이낸셜뉴스       2026.01.05 07:00   수정 : 2026.01.05 07:00기사원문
"20점도 사치였다" 무너진 대한항공, 정지석 공백이 부른 '대참사
리시브는 허수봉-신호진, 공격은 레오... 블랑이 찾은 '우승 공식'
승점 3점차, 현대의 맹추격... 대한항공 1위사수 가능할까





[파이낸셜뉴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은 현대캐피탈이 선두 대한항공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올 시즌 내내 현대캐피탈을 괴롭혔던 '시스템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었음을, 그리고 1위 탈환이 시간문제임을 선포하는 경기였다.

현대캐피탈은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5-2026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25-17, 25-14, 25-18)으로 완파했다. 이 승리로 승점 38점을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선두 대한항공(승점 41)을 승점 3점 차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초반부터 대한항공이 포기한 경기에 가까웠다. 대한항공은 3세트 내내 단 한 번도 20점 고지를 밟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의 강력한 서브와 화력 앞에 1위 팀의 자존심은 산산조각 났다.



원인은 명확했다. '살림꾼' 정지석과 임재영의 부상 이탈이다.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이 붕괴된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러셀을 레프트로, 임동혁을 라이트로 돌리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리시브 불안을 감수하고 공격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현대의 목적타 서브는 집요하게 러셀을 파고들었고, 대한항공의 리시브 라인은 1세트부터 붕괴했다. 리시브가 흔들리니 토스는 불안해졌고, 공격은 범실로 이어졌다. 정지석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창과 방패를 모두 잃은 위기에 처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블랑 감독이 구상했던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지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트레이드 성공작'으로 거듭나고 있는 신호진이 있다.

현대캐피탈의 현재 시스템은 명확하다. 허수봉이 리시브 제1 옵션으로 상대의 집중타를 버티고, 신호진이 그 뒤를 받친다. 아포짓임에도 리시브에 가담하는 신호진의 헌신 덕분에 주포 레오는 수비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이날도 레오는 고작 3개의 리시브만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신호진의 반전 활약이다. 수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2경기 연속 공격 성공률 50% 이상을 기록하며 14득점씩을 책임지고 있다. 빠른 발을 이용한 백C와 라이트 백어택은 레오에게 쏠린 블로킹을 분산시키는 치명적인 무기가 됐다.

여기에 미들블로커로 자리를 옮긴 바야르사이한이 중앙에서 펄펄 날며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라이트에서 적응하지 못하던 그는 본래 자리인 센터로 돌아오자 물 만난 고기처럼 움직이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현대캐피탈은 작년 통합우승 당시보다 블로킹 높이는 낮아졌다. 신펑의 이탈과 전광인의 부재 탓이다. 하지만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현재 현대캐피탈은 그 높이의 열세를 전 구단 1위 수준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메우고 있다. 리시브 면제권을 받은 레오, 살아난 허수봉, 그리고 공수 겸장으로 진화한 신호진의 삼각편대는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3개월 뒤 플레이오프에 맞춰 돌아온다 해도 정상 컨디션일지는 미지수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의 시행착오를 끝내고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3점 차. 이제는 사정권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시스템'을 장착한 현대캐피탈이 흔들리는 대한항공을 제치고 순위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현대의 무서운 추격전이 지금 막 시작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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