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 온세상을 홀렸다.. 한국 끌어올린 '문화의 힘'

파이낸셜뉴스       2026.01.05 18:21   수정 : 2026.01.05 18:21기사원문
팝의 본고장 미국 뒤흔든 'K팝'부터
드라마·영화·웹툰까지 전세계서 열풍
콘텐츠 수출 매년 7% 가까이 성장
굿즈·화장품·음식·관광까지 파급효과
정부,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나서
2030년까지 문화 수출 50조원 목표

K컬처가 세계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중국과 아시아 중심이던 K콘텐츠 수출은 지난 2021년 북미로 확장된 데 이어, 올해는 특정 국가 의존에서 벗어나 수출 지역과 품목이 동반 성장하는 균형기로 접어들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5일 "지난해는 북미와 아시아 권역의 안정적 성장 속에 중동과 오세아니아 등 신흥 수출 지역의 부상이 두드러진 해"라며 "중동 권역 수출은 2021년 대비 328%, 호주를 포함한 기타 지역은 636.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K컬처는 연관 산업 파급 효과가 커 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 늘어날 경우 소비재 수출이 약 1억8000만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던 당시만 해도 떡볶이의 질긴 식감은 해외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지금은 오히려 그 식감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문화가 만들어낸 변화"라고 강조했다.

■미국 4대 시상식 휩쓰는 K컬처

K컬처의 위상은 다양한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이어 올해는 정명훈 지휘자가 아시아인 최초로 247년 역사의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음악감독에 취임한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2020),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감독상·남우주연상(2022),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2025)에 이어 블랙핑크 로제가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상 본상 수상에 도전한다. 오는 2월 1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제68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APT.)가 4개 주요상 중 '올해의 노래상'과 '올해의 레코드상' 부문 최종 후보로 지명됐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콘텐츠산업 백서'에 따르면 2023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33억3941만달러로, 2019년 이후 연평균 6.8% 성장했다. 게임이 전체 수출의 62.9%를 차지한 가운데 음악(9.2%), 방송(7.9%) 산업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음악산업은 전년 대비 31.8% 성장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12.8%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팝, 가장 안정적인 성장 모델

K팝은 K콘텐츠 산업 가운데 가장 전망이 밝은 분야다. 하이브는 최근 1년간 월드투어를 통해 약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투어 매출 순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완전체 활동을 재개하는 가운데, 흥국증권은 BTS의 월드투어가 약 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트레이 키즈의 성장도 눈부시다. 스트레이 키즈는 개별 투어 매출 순위(2025)에서 K팝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톱10'에 진입했다.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는 지난 2022년부터 8연속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특히 K팝 기획사는 음악 제작을 넘어 팬의 일상과 소비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4대 기획사의 머천다이즈 매출은 2024년 이미 1조원을 넘었는데, 이는 2019년 대비 4배 성장한 수치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엔터테인먼트 4사의 글로벌 투어 합산 모객 수는 약 1200만명으로 전년 대비 47.5% 증가할 전망"이라며 "2026년에도 20% 수준의 성장세가 무리 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군의 셰프' 등 K드라마의 인기 속 K예능도 화제다. K뷰티 예능 tvN '퍼펙트 글로우'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가 화제 속에 방영 중이며, '피지컬100'은 미국과 이탈리아편 제작이 확정된 가운데 스웨덴편이 오는 5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인기 웹소설·웹툰의 영상화는 올해도 계속돼 디즈니+가 오는 6월 드라마 '재혼황후'를 내놓는다. 이러한 트렌드는 할리우드에도 전격 이식돼 네이버 영어 웹소설 '체이싱 레드'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정부 "빅5 소프트파워 강국 목표"

K컬처는 더 이상 '한류 붐'이 아닌 한국 경제와 국가 이미지를 움직이는 '소프트파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6개국에서 실시한 '2025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3%가 한국문화 콘텐츠가 마음에 들며, 68.2%가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류 경험자 중 절반이 넘는 58.9%는 한류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K컬처가 식품 및 화장품 소비·관광으로 파급되는 '브랜드 코리아의 관문'이 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달 세계적인 힙합 래퍼 제이지가 설립한 투자사가 한화자산운용과 협력해 5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자본이 K컬처의 성장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를 출범한 정부는 K컬처를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울 방침이다. 세계 '빅5 소프트파워 강국'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2030년까지 문화 수출을 5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음악·드라마·웹툰·뷰티·음식 등 5대 핵심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2026년 문체부 예산을 본예산 대비 11.2% 확대 편성하며, 'K컬처 300조원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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